제450회 새얼아침대화, 이혜정 중앙대 교수 강연

트럼프 2기 한미 관계 전망

비상계엄 이후 한국 민주주의 ‘미국보다 위중’

이혜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11일 열린 제450회 새얼아침대화에서 ‘트럼프의 귀환 - 미국 우선주의,  백인 우선주의, 트럼프 우선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4.12.11 /새얼문화재단 제공
이혜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11일 열린 제450회 새얼아침대화에서 ‘트럼프의 귀환 - 미국 우선주의, 백인 우선주의, 트럼프 우선주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4.12.11 /새얼문화재단 제공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은 한국을 동맹으로 돌볼 의지도, 여력도 없습니다. 이 난세에서 윤 정부는 자폭했습니다.”

11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 주최 제450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자로 나선 이혜정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집권 2기를 전망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 정치의 상황이 8년 전과 같다고 했다. 그는 “2016년 12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헌법재판소가 3개월간 심사하던 당시, 트럼프 취임으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서 한미 외교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었다”며 “지금도 한미 관계에 대한 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똑같은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사실에 연구자로서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 교수는 미국 정치지형의 중심이 공화당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6년 대선을 기점으로 과거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이 공화당 강성 지지자로 이동하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주의 원칙에 따라 시장을 개방했지만 미국 내 일자리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감소했고, 미국 전체 인구에서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6년 51%에서 오는 2060년 25%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백인이 미국의 주류에서 밀려날 것이란 우려가 ‘백인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2020년 대선도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트럼프가 연임에 성공했을 것이라 본다”며 “그동안 미국의 정치지형은 민주당이 6대4로 우위였지만, 2016년 이후 3번의 대선을 통해 공화당으로 변화의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정부 2기 한미 관계는 ‘거래적 협력’으로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시작으로 전기차와 반도체 등 한국 기업이 미국에 수출하는 주력 제품의 관세 부과 등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고, 트럼프 1기 당시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연결하는 역할도 2기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 교수는 “트럼프가 평화주의자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으나, 이번 임기에서는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 대북 정책은 후순위”라며 “적과 동맹을 구분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거래를 중시하는 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또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그는 “미국은 한국을 동맹으로 우대할 여력이 없다”며 “한국이 어떻게 대미 관계를 설정할지 난국에 빠진 상황인데, 윤석열 정부의 친위 쿠데타로 미국과의 관계도 모두 날아갈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을 강조했다. 트럼프 정치는 기존 미국 정치의 기득권 질서를 해체하기 위한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기반을 두고 있어 임기 내내 민주당과 충돌하면서 갈등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한국 역시 비상계엄 이후 여야의 갈등이 심각해진 가운데, 우리 정치권이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민주주의의 기본은 선거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 교체이고 이번 선거에서 지더라도 다음에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재명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이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보다 훨씬 위중하다”고 했다.

새얼문화재단 지용택 이사장은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공동체 사회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끼리 살면서 신뢰가 깨지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집권을 앞두고 대책을 세워야 할 한국이 혼란에 처했는데, 여·야는 당리당략에 따라 다투지 말고 짧고 신속하게 이 혼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