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지출 673조3천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되었다. 올해 예산안(656조6천억원)보다 2.5% 증가했다. 국회는 10일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을 재석 278명 중 찬성 183표, 반대 94표, 기권 1표로 의결했다. 정부 원안 677조4천억원에서 4조1천억원을 삭감한 감액 예산안으로, 통상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감액 심사를 먼저 한 뒤, 증액 심사를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예결위 심사과정에서 증액 관련 협의가 불발된 탓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야당 단독 수정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예산안은 법안과 달리 국회에서 통과되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확정된다. 통과된 예산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수정 예산안이다. 애초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인 12월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 여야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이날(10일) 본회의 직전 여야의 마지막 협상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예산 3천억원 등 총 1조8천억원 증액과 함께 삭감된 예비비 1조6천억원과 대왕고래 예산(497억원) 복원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역화폐 예산 1조원 규모 확대 및 대왕고래 예산 전액 삭감 등의 입장 고수로 협상이 결렬됐다. ‘이재명 표’ 예산으로 알려진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은 지난 총선 때 민주당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탄핵에 동참하지 않으면 추가예산 협상은 없다며 대통령실 사업 예산 7천억원 추가삭감까지 검토했으나 ‘내란 사태’로 예결위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초유의 감액 예산안으로 정부 예비비가 당초 4조8천억원에서 2조4천억원으로 깎여 2014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의힘은 “재난·재해·감염병 발생,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복지 의무지출 부족 등 민생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마약, 딥페이크, 사이버범죄, 사기 등의 민생침해 범죄 수사도 지장 받을 수 있다. 정치적 혼란 중 사실상 증액 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추경 편성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리당략에 휘둘리지 않는 위민정치(爲民政治)를 기대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