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비판한 한동훈 대표가 친윤계 의원인 강명구 의원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있다. 2024.12.12 /연합뉴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비판한 한동훈 대표가 친윤계 의원인 강명구 의원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있다. 2024.12.12 /연합뉴스

“터질 게 터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동훈 대표와 친윤계 의원들이 충돌했다. 이날 오전 원내대표 경선을 위해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와 친윤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놓고 격화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며 ‘탄핵 찬성’ 당론 채택을 제안했다. “대통령이 당초 당과 국민에게 얘기한 것과 달리 조기 퇴진 등 거취에 관한 사항을 일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며칠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또 “더 나아가 방금 대통령이 녹화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대국민담화를 했다. 저는 이런 담화가 이뤄진다는 사실 자체를 사전에, 그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담화의) 내용은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직격했다.

이에 좌석에 앉아 있던 친윤계 의원들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만하고 내려오라” “사퇴하라” 등 고성을 질렀고, 한 대표는 “왜 반말을 하느냐”며 각을 세웠다.

대통령실 출신인 강명구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이) 무엇을 자백했다는 말씀인가”라고 따졌고, 한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한 의도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을 제명 또는 출당시키기 위한 긴급 윤리위원회 소집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인 임종득·강성규 의원 등은 한 대표에게 연단에서 내려오라며 고함을 질렀다.

한 대표도 물러나지 않았다. “담화를 처음부터 끝가지 보고 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철규 의원 말씀 하시라. 강명구 의원, 임종득 의원도 할 말 있으면 말씀 하시라”며 다소 비꼬는 듯 반응을 보여 의총장을 계속 뒤숭숭한 분위기가 깨지지 않았다.

마이크를 잡은 이철규 의원은 “우리 당 의원들 누구도 비상계엄에 동조하거나 참여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전에 안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이런 혼란 상태를 극복하는 데에 질서 있게, 중지를 모아서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처리하자는 것이 의원 다수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대표께서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고 또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행위, 내란죄라고 단정하는 것은 서두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한 대표는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용납하지 못할 만한 대통령 담화가 나왔기 때문에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합법적으로 정지시키는 데 우리 당이 나서야 한다는 말씀을 당 대표로서 드린다”고 재차 강조한 뒤 연단을 내려갔다.

그러나 한 대표의 발언이 끝나고 퇴장하자, 의총장의 상당수 의원들이 한 대표의 발언과 당 운영 스타일에 대해 험담을 늘어 놓으며 혀를 차는 모습이 여렷 목격됐다.

이후 친한·친융 양측의 설전은 의총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 이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조경태 의원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지금이라도 즉각적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지적했고,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께서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란죄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 ‘억울하다’고 항변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저녁 한 대표의 지시로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 윤 대통령에 대한 출당과 제명을 놓고 심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결과를 두고 내홍이 더 격화될 전망이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