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악재 겹쳐 기부·후원 주춤
작년 연탄 77만장, 올 46만장 불과
복지시설 “의식주에서 비용 줄여”
비상계엄 리스크가 촉발한 경기 악화 전망에 시민들의 기부와 후원이 주춤한다는 우려(12월12일자 7면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지역 내 각종 후원단체들도 계엄 여파로 인한 불황을 면치 못해 취약계층 지원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12일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복지재단에 따르면 전국 연탄은행이 지난달 후원한 연탄은 약 46만장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7만장에 비해 31만장 가량 감소한 수치다. 연말에 기부와 후원이 집중되는 만큼, 향후 연탄 나눔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도 내 연탄은행들은 시끄러운 시국 탓에 나눔과 후원에도 타격을 입어 고심이 깊다. 남양주 연탄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불경기로 후원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는데, 계엄사태 이후로는 거의 후원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두천 연탄은행 관계자도 “연탄 가격도 오른 상황에서 고지대는 추가 배달 비용까지 붙는데, 후원이 줄어 올해는 기존 대비 절반밖에 못드릴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취약계층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한부모가정사랑회 남양주지회는 올 겨울 김장철을 맞아 김치를 찾는 한부모가 많았지만, 기부금이 부족해 김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지회 관계자는 “계엄·탄핵 등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개인 후원자들이 아무래도 후원을 망설이게 되는데, 시설 운영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용인에 위치한 한 아동복지시설 역시 올해 기부금이 전년 대비 7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시설 관계자는 “기부금의 상당 부분을 심리 치료나 병원 비용으로 사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의 의식주에서 지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후원단체들은 계엄 여파로 기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지진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 푸드뱅크 관계자는 “기업들의 기부 예산은 주로 연초에 책정되는데, 불안정한 현 시국의 여파가 내년 예산 책정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후원단체의 사정이 어려워져 취약계층이 생활 수준을 위협받는다는 건 공공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는 시민들의 기본권 중 하나인 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