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져버린 목디스크… 제주 개인병원서 수술 감행

회진 의사 선생님, 의심 많은 보호자에 살뜰한 잔소리

의료 파업 위기에 우수한 지역 의료 빛을 발하는 순간

“뼈에 금갔대” 선배 말에 “옮길 시간에 치료 더 받지”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대상 성○낭(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기 부문)
대상 성○낭(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기 부문)

남편의 디스크가 터졌다. 드문드문 불편하다고 온갖 의료 보조기들을 주문해서는 목에 끼고, 전류를 흘려보내고, 두두두두 마사지를 해대더니 결국엔 목 디스크 두 개가 끝내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남편은 그길로 병원에 다녀오더니 수술 날짜를 잡고 왔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던졌다.

“아니, 목 디스크 쪽은 신경도 많이 지난다는데. 제주도에서 그냥 수술해도 될까? 육지 병원을 알아봅시다. 응? ”

“어허 참. 요즘 안 그래도 의료 사태로 육지 병원들이 더 난리인데. 오히려 제주도 병원들이 깔끔하고 안전하게 잘 하니까 걱정을 마시라구.”

제주는 섬이다. 요즘은 많이 덜해졌지만 섬 사람들은 큰 병에는 육지, 정확히는 서울 병원을 먼저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매번 비행기로 왔다 갔다 하는 수고라든가, 육지에서 체류해야 하는 만만찮은 비용이 부담스럽더라도 육지 병원의 치료가 제대로라는 생각인 것이다.

제주에서 수술을 했다고 하면 “육지 안 가봐도 괜찮을 건가?”하는 괜한 걱정들,

혹여라도 치료 결과가 안 좋기라도 하면 “아이고, 그것 봐라. 육지 병원을 갔어야 했는데.” 하면서 애석해 한다. 그러니 평소에는 제주도 병원이나 육지 병원이나 똑같다고 그렇게 얘기해오던 나였건만 이런 경우가 닥쳐오니 육지 병원 타령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남편과는 달리 사서 걱정하는 편인 나이기에 제주도에서 하는 수술은 불안함으로 다가오기 충분했다. 그것도 종합병원이 아닌 개인 병원이라니. 저 양반이 뭔 생각으로 저러는지 불편한 마음은 몽글몽글 커져만 갔다. 서울 병원을 포기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며 시간만 흘러갔다.

운 좋게 서울 병원을 섭외한다고 해도 빠른 치료를 받기는 힘들 터였다. 결국 남편은 제주도 병원에서 일정대로 수술을 받았다. “환자분, 컨디션 어떠셔? 수술은 잘 됐어요. 너무 누워만 있지 말고. 그리고 수술이 전부는 아니니까 일상적으로 자세는 신경 많이 쓰셔야 합니다. 수술하면 통증이 사라지니까 환자들이 자꾸 잊어버려요. 자기가 좀 자세에 신경만 써도 좋아져요. 알겠죠?”

“아, 여기 환자분은 내가 본 중에 제일 심했어요. 제발 그 자세 좀 잘하고 지냅시다. 조금만 신경 쓰면 병원 안 와도 되고 얼마나 좋아요? 잊지 말아요. 불편하다고 보조기구 느슨하게 하지 말고 며칠은 좀 참읍시다.”

매번 회진을 도는 의사 선생님은 환자뿐만 아니라 나처럼 다소 의심이 많은 보호자에게 경과를 비롯한 주의사항, 결국은 병원 안 오는 게 제일 좋다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까지 살뜰히 챙겨주셨다.

“거봐요. 당신 그 자세가 문제라니까. 선생님 말씀 잘 들어요.”

의사 선생님의 잔소리에 조금은 가벼워진 내 걱정까지 슬쩍 얹어 남편에게 한마디 하고 나니 불안함이 다소간 씻겨나갔다. 수술 후 3개월여. 어떤 때는 의사 선생님 우려대로 통증이 사라지니까 또 편한 대로만 하는 것 같아 “또, 또, 도진다. 도져.” 잔소리를 늘어놔야 할 때가 있지만 남편은 지금 잘 지내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 육지 병원만 고집하던 나도 제주 병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더 이상 육지에 나가지 않아도 지역 의료로 충분할 수 있다는 신뢰와 지역 의료 중에서도 또 다시 개인 병원보다는 종합병원만을 고집할 건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요즘처럼 특히 의료 파업의 위기일 때 전문적이고 우수한 우리 지역 의료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승훈 엄마, 우리 신랑이 어머니댁 짐 옮기다가 트럭에서 떨어져서 뼈에 금이 갔다네. 일단 구급차로 가까운 병원에 왔는데, 어디 아는 병원 있나 해서.”

아는 선배의 속상한 목소리가 스마트폰 너머에서 웅웅거린다. 고민할 것 없는 나의 대답.

“아휴, 언니. 걱정하지 말아요. 제주도 병원들 다 잘하잖아. 치료 잘 될 거예요. 어디 옮기고 하는 시간에 치료를 받아야지. 딱 그 병원에 있어요!”

제주 속담에 “동네 심방 내무린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자기 동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네 심방 실력은 우리가 먼저 인정해 줄 일이다.

/대상 성○낭(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기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