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탄핵 심판대에 선 윤석열 대통령과 운명공동체임을 선언했다.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 192명이 찬성 기표에 실수할 리 없었다고 보면, 국민의힘 108명 의원 중 23명이 찬성했거나 기권과 무효로 동조한 셈이다. 얼추 탄핵을 찬성한 한동훈 대표의 원내 지지 의원 분포와 비슷하다.
탄핵 표결 직후 국민의힘 친윤계는 즉각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친한계가 앞장서 최고위원 전원이 한 대표만 남겨둔 채 사퇴했다. 중진 의원 윤상현은 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막지 못해 정말로 죄송하다”며 “우리 당 의원들이 많은 반란표를 던진데 대해 큰 좌절과 실망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이재명 2중대를 자처한 한동훈과 레밍들 반란에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고 분개했다.
한 대표는 ‘나홀로 대표’의 직무수행 의지를 밝혔지만 강제로 직무를 정지당할 운명이다. 그를 제거하고 나면 국민의힘의 정체성은 ‘탄핵반대당’으로 고착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집권 방지를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질서 있는 퇴진론’도 이 대표의 1심 유죄판결이 최종심으로 완결되기까지의 시간벌기가 목적이었다. 그 결과가 대통령의 버티기와 국민의힘의 탄핵반대다.
자가당착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집권을 반대할 동력을 잃었다.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반대한 처지에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시비할 명분이 없다. ‘대통령이 틀렸다’고 했어야 ‘이재명도 안된다’고 할 정치적 공간을 열 수 있다. 이재명 반대나 개헌을 주장할 공간을 탄핵반대로 폐쇄한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권력의 생멸에 예민한 후각으로 반응한다. 죽어가거나, 죽은 권력과 손잡는 미래 권력은 없다. 잔인하지만 정치가 시대착오를 극복하고 시대정신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광장의 탄핵반대 보수가 아니라, 자존심이 무너진 보수를 안았어야 했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위헌적 입법 폭주를 비난하며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위헌을 옹호하면서 죽어가는 권력과의 동행을 감수한다. 집권세력이 집단적으로 시대를 이탈했다. 그 바람에 시대착오적 행태로 비판받던 야당이 날개를 활짝 폈다. 유례가 드문 권력의 자멸과 타락 현상이다. 학계의 연구 주제로 손색이 없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