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11일 만에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혼돈에 휩싸여 있다. 12·3 계엄 전후로 국가 주요 기관의 수장들이 줄사퇴하거나 탄핵당해 내각은 초유의 공백 사태를 빚고 있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최고 지휘부도 구속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법률·인사 등 어디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논쟁이 치열하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대혼란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묘안을 짜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전날 요청한 국정안정협의체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꼭 참여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재차 제안했다.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형식·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공을 다시 넘겼다. 또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신속한 결단을 요구했다. 앞서 이 대표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선제적으로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탄핵 소추 이후 민주당이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다”며 거절한 바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헌법대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기 때문에, 당정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지금은 ‘제1당이냐, 제2당이냐’ 자존심 싸움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내분이 정점에 달했다. 탄핵안에 찬성한 한동훈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를 향한 ‘책임론’이 당 주류에서 빗발쳤다. 결국 16일 한동훈 당 대표는 물러났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 146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즉시 당의 전열을 정비함과 동시에 국정안정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치적 혼란은 국가 대외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졌고, 천문학적 경제 손실을 입혔다. 유가증권 시장은 무너졌고, 원화 가치 하락과 치솟는 환율에 시장은 요동쳤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계엄 여파까지 서민들은 고통을 겪고 있다. 내수 경기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한계점을 넘어선지 오래다. 국정안정협의체 출범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정파적 계산과 공격은 멈추고, 대한민국을 제자리에 되돌려놓아야 한다. 정치권이 바라봐야 할 곳은 언제나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