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14일 가결됐다. 사건번호 ‘2024헌나8’.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직후에 부여한 사건명과 사건번호다.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도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헌재의 최종 판단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11일간 대통령 탄핵 문제로 온 나라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으니 이제는 잠시나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뜨거운 탄핵 열풍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을 때에도 예술은 멈추지 않고 우리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그렇고, 평상시라면 문화계의 핫이슈가 될 근사한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 중인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과 바로크 미술의 대표자인 ‘빛의 거장 카라바조 전’이 그렇다. 고흐나 카라바조는 워낙 유명하여 별다른 첨언이 필요치 않을 터이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은 근사한 도내 전시도 있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 기획전시 ‘명경단청’이 그렇다. ‘명경단청’은 경기도-랴오닝성 자매결연 3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특별전으로 명대(明代)를 대표하는 그림들이 경기도민을 찾아왔다.
명나라 5대 황제였던 주첨기의 ‘소나무’, 여기의 ‘사자머리 거위’, 심주의 ‘국화 감상’, 구영의 ‘적벽부’, 대진의 ‘여섯 명의 선종 조사’와 동기창의 ‘연이어진 묵직한 봉우리’ 등 명화(名화)들이 전시 중이다. 도록이나 중국을 가야 볼 수 있는 귀한 작품들이다.
동기창은 명나라를 대표하는 문신이자 예술가다. ‘남종화·북종화’란 말을 창안해낸 이가 바로 동기창이다. 남종화는 수묵화·문인화가 중심이며 작가의 교양과 정신을 중시하는 반면, 북종화는 채색화가 주류이며 기법과 오랜 수련을 중시한다. 마치 5조 홍인 대사의 의발을 물려받는 6조 혜능의 돈오(頓悟) 중심의 남종선과, 같은 문하에서 갈려 나온 신수 대사의 점수(漸修) 중심의 북종선처럼 지향이 다르다. 공교롭게도 이번 전시에서는 동기창의 그림과 ‘육조단경’을 소재로 한 대진의 ‘여섯 명의 선종 조사’도 함께 전시 중이다. 탄핵 정국으로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고 기분전환을 위한 전시로 안성맞춤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