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 청년’ 마음까지 보듬어야

 

생계 책임 13~34살 전국 10만명

돌보는 가족서 정서적 독립 필요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의 지원사업에 참여한 홍모(20)양은 일주일에 2~3차례씩 학교를 빠지고 엄마의 병원 방문에 동행한다. 사진은 당뇨와 당뇨 합병증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홍모 양의 엄마가 먹는 관련 약. /홍모 양 제공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의 지원사업에 참여한 홍모(20)양은 일주일에 2~3차례씩 학교를 빠지고 엄마의 병원 방문에 동행한다. 사진은 당뇨와 당뇨 합병증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홍모 양의 엄마가 먹는 관련 약. /홍모 양 제공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홍모(20·용인 거주)양은 고교시절 내내 엄마를 돌봐야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단 둘이 지내던 엄마가 당뇨 합병증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으면서다. 그날 이후 홍양은 오전 6시반에 일어나 엄마의 아침과 점심밥을 차린 뒤 등교했고,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직행해 집안일을 하고 저녁을 차렸다. 엄마를 병원에 데려가야 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학교도 가지 못했다.

그러나 홍 양은 늘 부족한 개인 시간보다 엄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감정이 더 고민스럽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너무 애틋해 옆에서 계속 챙겨주고 싶다가도 가끔은 언제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며 “엄마를 돌보는 게 이미 삶이 돼서 옆에 엄마가 없으면 오히려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홍양처럼 장애나 질병 등으로 아픈 가족의 돌봄과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들의 경우 가족과 애착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어 정서적인 독립을 돕는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증질환·장애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거나, 그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는 13~34살의 ‘가족돌봄청년’은 전국적으로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1년 대구에서 20대 청년이 간병하던 아버지에게 음식을 주지 않아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가족돌봄청년이 복지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사건 이후 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재가 돌봄·가사·병원 동행 등을 한 번에 지원해주는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전문가들은 가족돌봄청년들이 돌보는 가족과 정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가족돌봄청(소)년 보고서’를 발간한 경기연구원 김정훈 선임연구위원은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은 친밀한 가족 내에서의 사회적 경험이 전부인 경우가 많아 자신이 복지 대상자인지 모르거나 돌봄 책임감이 높은 경우가 많다”며 “경제적인 지원과 함께 돌봄 대상자에게서 정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