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지방자치단체들도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에 휩쓸리는 분위기다. 온 나라가 한 걸음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살얼음판 위에 놓여 국민들이 동요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주민들의 실생활과 직접 접촉면이 넓은 각 지자체들이 용케 중심을 잡아가고 있어 다행이라 여겼었다. 경기와 인천지역 곳곳에서도 탄핵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왔지만 지역사회의 균형과 안정을 깨뜨릴 정도로 직접적인 충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해 국정 혼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이제는 야당 심판의 시간’이라고 적었다. 다음날 오전 민주당 소속 시의원 10명이 인천시청의 유 시장 집무실 앞에서 규탄성명서를 발표하고 유 시장의 사죄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번엔 국민의힘 시당 측에서 성명을 내고 민주당 의원들의 행동을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도 그동안 국회처럼 대치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민주당 시의원들을 존중했지만 이젠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강력 대응을 선언했다.
인천과 같은 직접적인 충돌은 아니지만 경기도에서도 갈등의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7일 도청 율곡홀에서 ‘경기도·시군 합동 민생안정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 대상은 31개 지자체 시장·군수지만 실제 참석한 단체장은 김 지사와 같은 당인 민주당 소속을 중심으로 13명에 그쳤다. 불참자 대부분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었다. 22명에 달하는 도내 국민의힘 단체장들 가운데 불참자가 무려 17명에 달했다.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일정 때문이라는 경기도 측의 해명보다 시급한 민생경제 대책회의조차도 진영논리에 빠져들었다는 해설이 더 그럴듯하다.
중앙 정치공간의 충돌과 대치는 이미 다 아는 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남은 선고 일정이 추측 가능한 대선 일정과 맞물리면서 진영 간 ‘싸움’이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그 전장에서 한 걸음 비껴나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버팀목처럼 여겨왔던 지역의 정치공간에도 금이 가고 있어 불안하다. 균열이 파국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지역정치권의 자제와 인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각 단체장들이 자신 역할의 중요함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