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감 혹은 죄책감… 마음의 짐은 덜 수 없었다

 

다수가 돌봄 대상자에 ‘양가감정’

주변서 정서적 도움 관계망 필요

장애나 질병 등으로 아픈 가족의 돌봄과 생계를 책임지는 도내 가족돌봄청년들이 초록우산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 제공
장애나 질병 등으로 아픈 가족의 돌봄과 생계를 책임지는 도내 가족돌봄청년들이 초록우산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 제공

장애·질병 등으로 아픈 가족의 돌봄과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돌봄청년은 돌봄 대상자인 가족과 밀착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가족을 향한 ‘양가감정’을 겪는 이들의 정서적 독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내 관계망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복지부가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족돌봄을 ‘원한다’(28%)는 응답과 ‘원하지 않는다’(31.5%)는 응답 비율보다 ‘보통’(40.5%)이라고 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가족돌봄의 ‘선호’에 대해 스스로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던 것이다. 이는 복지부가 청년 4만여 명을 조사해 찾아낸 가족돌봄청년 810명을 대상으로 심층 분석을 거쳐 내놓은 정부 차원의 첫 실태조사 결과다.

전문가들은 해당 지표가 가족돌봄청년들이 돌봄 대상자인 가족을 향한 양가적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 대상자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상황”이라며 “가족을 돌보고 싶다는 마음과 버거운 상황, 버거워서 더 이상 돌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죄책감 등 서로 부딪치는 감정을 모두 느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청년이라는 특성상 가족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3년 간 가족돌봄청년들을 지원해 온 정희영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 팀장은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이 엄마가 언제 불러도 갈 수 있는 거리인 친구도 있었다”며 “어릴 때부터 ‘네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크면서, 진학이나 결혼 등 기본적인 선택조차 본인의 욕망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족돌봄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청하고 받을 수 있는 관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한다. 돌봄청년커뮤니티 ‘n인분’ 조기현 대표는 “자조모임 등을 통해 본인의 경험을 터놓고 얘기하면서 스스로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정서적 독립이 시작된다”며 “자조모임의 문턱이 높을 경우 사회복지사, 위(wee)센터 상담사, 담임교사처럼 주변에서 만나는 어른들 중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