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의결서와 탄핵심판출석서 등 탄핵 관련 서류를 수령하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 해제와 국회 1차 탄핵소추 후의 대국민 담화에서 “정치적·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한 말과 거리가 먼 행보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이 성급하게 이루어졌다’는 입장이고, ‘비상계엄은 국헌문란을 막고 국정을 정상화하려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지금도 사실상의 ‘내란’을 정당화하고 있다. 탄핵 서류를 의도적으로 ‘수취 부재’니 ‘수취 거절’이니 하며 피하는 건 이러한 맥락에서 탄핵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국민의힘의 친윤은 물론이고 중진이란 의원들도 계엄이 국헌문란이고 위헌·위법적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탄핵 찬성 의원들에 대한 질책과 비판, 한동훈 전 대표 축출 등에서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탄핵 찬성 여론이 70%를 넘고,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민심이 압도적임에도 국민의힘은 이에 귀를 닫고 있다. 당 소속 의원들의 60% 이상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서 다음 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탄핵에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완전한 오독(誤讀)이다.
12·3 비상계엄이 형법 제87조와 제91조의 내란죄와 국헌문란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이러한 견해가 다수설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주류의 행태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안위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반헌법적·비민주적 퇴행 그 자체라 아니할 수 없다.
헌재의 탄핵심리에서 윤 대통령 측의 반론과 절차적 방어권은 보장되어야 하고, 헌법 절차에 따라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명분으로 마냥 탄핵 심리를 지연시키려 해선 더 큰 역풍이 몰아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이 ‘내란죄 피의자’로 적시된 상황에서조차 탄핵이 부당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12월 25일 공수처의 출석 요구를 수용할지가 향후 탄핵 심판에 임하는 태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성찰하고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게 그나마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