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한 야산에 묻혀있던 마약을 수거해 운반하려다 검거되는 대만인. 2024.12.23 /인천지검 제공
경기 안산시 한 야산에 묻혀있던 마약을 수거해 운반하려다 검거되는 대만인. 2024.12.23 /인천지검 제공

외국인 마약사범이 매년 늘고 있다. 내국인과 달리 이들은 대부분 국내 교정시설에서 재범을 막기 위한 예방교육과 재활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유가 황당하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외국인 마약사범에게는 법원이 이수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이 올해 6월 발간한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외국인 마약사범 수는 ▲2020년 1천958명 ▲2021년 2천339명 ▲2022년 2천573명 ▲지난해 3천15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 2만7천611명 중 외국인은 약 11%나 된다.

마약류관리법이 2019년 12월 개정되면서 마약을 투약·흡입·섭취해 유죄판결을 받은 마약사범에게 법원은 200시간 이내의 재범 예방교육과 재활치료를 이수하라고 명령해야 한다. 마약중독에 빠진 이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조처다. 그러나 보호관찰소, 교도소, 구치소 등 전국 교정시설에서 외국인 마약사범을 상대로 재범 예방교육과 재활치료를 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경인일보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올해 진행된 재판의 판결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외국 국적을 가진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384건 중 법률에 강제된 재범 예방교육과 재활치료 이수명령을 함께 받은 경우는 25건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외국인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워 교육의 실효성이 낮고 재범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마약사범 대부분에게 이런 명령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류관리법상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그 근거로 두고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인 마약사범에게는 법원의 이수명령이 면제되고 있는 셈이다. 재판부가 외국인 마약사범에게 재범 예방교육과 재활치료 이수명령을 내린 25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피고인이 재외동포이거나 한국에 오래 거주해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이 외국인 마약사범에겐 예방교육과 재활치료 이수명령을 내리지 않아 교정시설에서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전문 인력이 부족해 내국인 마약사범들을 관리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항변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편의주의적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 확산하고 있는 마약 중독은 재발 위험성이 높은 질병이다. 처벌만큼이나 치료 등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법무부는 사법부 탓만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