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선정했다. 도량발호는 ‘함부로 날뛰며 제멋대로 권세를 부린다’는 뜻이다. 도량발호는 본래 독립적인 사자성어가 아니라 ‘살쾡이가 함부로 날뛴다’는 ‘도량’과 중국 한나라 때 권력을 잡고 나라를 쥐고 흔들었던 양기를 비판하는 말로 ‘함부로 권력을 휘두른다’는 ‘발호’를 결합하여 만든 조어다. ‘도량’은 ‘장자’의 ‘소요유 편’에 등장하는 말이며, ‘발호’는 ‘한서(漢書)’에 나온다. 도량발호란 단어가 한국 문헌에 등장한 최초의 사례는 조선 초기의 문신 서거정(1420~1488)이 쓴 수필 ‘오원자부(烏圓子賦, 1477)’에서다. 작품은 ‘고양이의 노래’란 뜻으로 쥐를 잡으려는 고양이가 병아리를 잡으려는 것인 줄 알고 고양이를 의심했던 자신의 경솔함을 책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량발호’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11월 25일부터 12월 2일까지 1주일 동안 전국의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이 메일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된 것이어서 공교롭기 이를 데 없다. ‘도량발호’의 뒤를 이어 2위는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후안무치(厚顔無恥)’가, 3위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석서위려(碩鼠危旅)’가 선정됐다고 하는데, 현재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 세간의 흥미를 돋운다.
이 불행한 ‘도량발호’를 치유할 묘방으로 ‘주역’의 24번째 괘인 ‘지뢰복’을 꼽고 싶다. 지뢰복은 여섯 개의 ‘효’중 무려 다섯 개가 음효인데, 맨 아래 초구에만 양효가 들어가 있는 형태다. 이 양효는 새로운 변화와 희망, 메시아의 등장을 뜻하는 괘로 볼 수 있다. 현대 역학자들은 복(復)을 “새로운 세상의 도래,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효사인 “출입무질(出入无疾), 붕래무구(朋來无咎), 반복기도(反復其道)” 또한 각각 ‘거주이전과 여행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자유로운 의사표현’으로 해석한다. 지뢰복은 권력의 불법적 남용과 계엄군에 맞서 국회를 보호하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국회와 광화문 일대 환하게 밝혀주던 시민들의 촛불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정신이며,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희망의 싹을 틔우는 우리 시민들임에 다름없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