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지속 여부가 오늘 사실상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오늘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의 임명동의가 이뤄졌을 때 한 권한대행이 이들을 즉각 임명하느냐, 마느냐에 달렸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그동안 한 권한대행에게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즉시 의뢰,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 즉시 공포, 헌법재판관의 지체 없는 임명 등을 계속 요구해왔다. 오늘까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즉시 발의해 내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애초 한 권한대행 탄핵안 발의를 둘러싼 민주당의 움직임에 섣부른 측면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최대한 정상적인 틀에서 이뤄지고, 가능한 한 빨리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당 입장에선 급선무다. 그렇다면 현재로선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당 지도부도 처음엔 이러한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줄곧 반대해온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이른바 농업4법과 재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국회증언감정법·국회법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면서 걸음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들 법안에 대한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윤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국민들 시선에도 일정 부분 입법 과잉으로 비쳤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으로선 헌법재판관의 조속한 임명을 위해 칼집에 넣고 있어야 할 칼이었다.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까지 현실화되면 그나마 진정되고 있는 국민적 불안감이 다시 증폭되고, 절벽 끝에 선 대외신인도가 급추락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 권한대행의 ‘순리적인’ 권한 행사와 여야 정치권의 ‘이성적인’ 권한 자제가 절실한 까닭이다. 헌법재판관의 조속한 임명은 합헌적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우선 조건이다. 헌법재판소도 일찍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더라도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한 권한대행은 합헌적 절차인 대통령 탄핵 심판이 온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석인 헌법재판관 자리를 즉시 채우는 게 마땅하다. 특검법의 경우 우원식 국회의장의 말처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회로 다시 보내면 된다. 그렇게 풀어가는 것이 이 막막한 시국을 헤쳐가는 길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