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미국 대선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3억명의 팬덤을 거느린 슈퍼스타의 선택이 박빙(?)의 대선 판세에 끼칠 영향 때문이었다. 4년 전에 민주당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스위프트가 입장 표명을 늦추자, 후보들도 안달이 났다. 트럼프는 아예 가짜 사진을 올려 여제(女帝)의 지지를 압박했다. 결국 지난 9월 해리스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지만, 대선 결과는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스위프트는 해리스를 지지했지만 트럼프에겐 재계의 슈퍼스타 일론 머스크가 있었다. 100만 달러 경품으로 지지층을 확대하는 초유의 캠페인으로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그래도 승부는 후보들이 결정했다.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이 바이든의 유약한 계승자 해리스를 압도했다. 여야로 갈린 대중스타들은 다시 팬들에게 돌아갔다. 예비 집권여당 공화당은 예비 대통령 트럼프가 명령한 ‘부채상환 적용 유예’를 예산안 표결로 거부했다. 공화당도 이성의 시간으로 복귀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이 가수 이승환의 25일 공연을 취소해 난리가 났다. 구미시는 이씨에게 공연에서 “정치적 선동 언행을 하지 않는다”는 서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씨는 14일 수원 공연 도중 “탄핵이 되니 좋다”고 발언했다. 김 시장은 “구미 공연에서 같은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아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항의시위로 시민과 관객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석 매진된 공연을 이틀 전에 취소시킨 것이다.
전국의 광장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다. 합법적인 신고 집회면 막을 수 없다. 이승환 공연을 반대하는 현수막 게시와 시위도 합법이면 막을 수 없듯이, 이승환이 공연에서 탄핵 지지 발언을 해도 막을 법이 없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와 표현의 자유다. 공화당과 트럼프의 본거지 텍사스 주민들은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스위프트의 공연을 열광적으로 즐겼다.
대중문화에 대한 보수진영의 피해의식이 깊다. 진보진영이 대중문화의 주류를 장악했다고 공공연히 분개한다. 보수정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시비가 잦았던 배경이다. 보수가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한 역설적 증거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국민의힘의 탄핵반대, 구미시장의 공연취소. 보수가 대중과 격리되는 연쇄현상이 심각하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보수 국민에겐 비참한 현상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