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북풍 공작’ 희생양 정황 드러났다

 

민주 이성윤 “반헌법·반인권 행태”

“주민 목숨 담보 위험한 도박” 허탈

김규성 옹진군의원, 명확한 수사를

‘안보특구 지정’ 여론 확산 될듯

인천시 옹진군 고봉포구에서 한 어선에서 출항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인천시 옹진군 고봉포구에서 한 어선에서 출항하고 있다. /경인일보DB

‘백령도 작전’ ‘NLL서 북한 공격유도’ 메모 등이 발견되며 인천 서해5도 접경지역 주민 삶이 현 정부 북풍(北風) 공작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었던 정황이 ‘12·3 비상계엄’ 내란 혐의 수사과정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 등 ‘수거대상’을 납치해 해상에서 사살하는 이른바 백령도 작전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북풍공작 의혹은 하루 전에도 제기됐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지난 23일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서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의 메모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지칭하고 판사 등 일부 대상자 실명도 기재됐다고 발표했다. 이 의원은 “‘백령도 작전’이 얼마나 반헌법·반인권적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분노를 넘어서 허탈함·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해5도는 남북 분단 이후 군사적 긴장이 상존한 접경지역으로, 우리 군(軍)이 주민을 볼모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국회에서 나오자 섬지역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백령도 주민 심효신(60) 백사모(백령도를사랑하는모임) 회장은 “서해5도에서 안보위협 상황은 늘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며 “현 정부가 접경지 주민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구상을 한 것인데 허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국회·정부 등을 상대로 ‘서해5도 안보특구 지정’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특구 5도서 옹진군복귀 비상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하루 전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보 위협 해소 방안 마련을 촉구(12월3일자 6면 보도)한 적이 있다. 비대위 장세성 대외협력위원장은 “NLL을 분쟁의 바다로 만들려는 시도로 구체적으로 계획됐고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사실로 드러난다면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안보특구 지정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은 철저한 수사로 이번 북풍 공작 유도 관련 수사 진행 상황을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김규성(백령면·대청면) 옹진군의회 운영위원장은 “끔찍하지만 (계엄 관련 세력이) 정권 유지를 위해 서해5도 주민들을 기꺼이 희생시키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접경지역 주민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라며 “관련 당국의 명확한 수사를 통해 이번 북풍 공작의 실체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