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노인을 만나려면 병원으로 가야 하고, 홋카이도에서 노인을 만나려면 파크골프장으로 가야 한다.” 얼음축제와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는 파크골프(Park Golf)의 발상지다. 파크골프는 1983년 동부 시골마을 마쿠베츠에서 시작됐다. 당시 버려진 공간으로 취급받던 엔베츠가와 하천부지에 7홀의 간이 코스가 만들어지면서다. 평생 스포츠 보급에 관심이 높았던 교육위원회 교육부장 출신 마에하라 츠요시의 아이디어는 참신했다. 이후 코스가 추가되고 매년 국제대회가 열리는 지역 대표 명소가 됐다.

파크골프는 2000년 한국에 상륙했다. 진주시 노인복지회관인 상락원에 6홀 규모 공공파크골프장이 처음 생겼다. 9홀 정식 규격은 2004년 여의도 한강파크골프장이 최초다. ‘미니골프’로 불리는 파크골프는 한 홀 길이가 40~150m로 짧다. 전용채 하나만 있으면 티샷부터 퍼트까지 가능하다. 잔디를 밟으며 주변 풍광을 즐기고, 9홀을 돌다 보면 1만보가 훌쩍 넘는다. 1만원 이내의 착한 이용료는 생활스포츠로 빠르게 자리잡게 했다. 2019년 전국 226곳이던 파크골프장은 올해 3월 기준 400개를 돌파했다. 동호회원 수도 2019년 3만7천630명에서 올 3월 14만5천300명으로 5년 사이 4배나 늘었다. 미등록자를 포함하면 3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올해만 전국에서 60여개 대회가 열렸다.

대학과 지자체들은 파크골프 앓이 중이다. 2022년 국내 최초로 파크골프경영학과가 개설됐다. 파크골프교육지도사, 경기기록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 전국구 인기다. 새해 체육계열 파크골프지도 전문학과도 신설한다. 지난 7월엔 1호 파크골프실업팀까지 창단했다. 경로당을 리모델링하면서 아예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설치하기도 한다.

전국 지자체간 파크골프장 만들기 경쟁이 치열하다. 파크골프장 18홀 코스를 만들려면 약 2만㎡의 부지가 필요하다. 축구장(약 7천㎡)의 3배 크기다. 전국 곳곳에서 갈등도 잦다. 시설이 부족해 장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원정도 간다. 동호인들은 일단 대환영이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홍수 피해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우후죽순 개발하기에 앞서 친환경 힐링공간이 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행정은 자칫 ‘혈세낭비 벙커’에 빠질 수 있다. 공동체 가치를 높이는 ‘한국형 가족스포츠’로 완성되려면 아직 남은 홀이 많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