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의회 본회의  모습. /경인일보DB
안양시의회 본회의 모습. /경인일보DB

안양시의회 의장선거에서 비밀투표 원칙을 어기고 사전에 담합해 의장을 불법 선출한 혐의로 충격을 줬던 전·현직 시의원들이 최근 파기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민주적 절차 준수가 생명인 지방의회가 의장 권력 다툼을 벌이느라 본분을 망각한 행태에 대한 ‘경종’이다.

2020년 7월 안양시의회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미리 정한 투표 방법에 따라 사실상 기명투표를 진행, 이러한 정황이 담긴 의원총회 회의록과 녹취록 등이 유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은 투표용지 기명란을 상하좌우 등 12개로 구획을 나눠 각각 특정 구획에 당에서 정한 특정 후보 이름을 쓰는 방식으로 누가 누구한테 투표했는지 알 수 있도록 사전에 합의·이행했다. 당론을 따르지 않는 이탈표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지방자치법이 정한 ‘무기명 비밀투표’ 규정 위반이자 부정 투표였다. 무효 소송이 제기됐고 2021년 3월 법원은 “특정한 방법으로 다른 투표용지와 구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기명·비밀선거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결, 이에 따라 의장이 사퇴하는 파행을 겪었다. 전·현직 시의원 3명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고 1심서 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 행위로 공모하지 않은 지방의회 의원들, 감표위원, 사무국장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피고인들은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 행위로 공모하지 않은 의원들에 대해서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에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견해를 수용해 벌금 액수를 200만원으로 낮추었지만 유죄 판결은 유지했다.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죄질을 무겁게 본 것이다.

이 같은 지방의회의 낯부끄러운 행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올해 후반기 의장 선거를 두고 성남시의회는 후보를 당론으로 정한 뒤 투표를 강요하고 인증사진을 요구했다며 여야가 서로를 고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경남 진주시의회 역시 부정선거 의혹으로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이달 초 검찰에 송치됐다. 지방의회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한 축으로 선거의 4대 원칙(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따라 지역 주민들이 구성한 민주주의 자치체제의 핵심 기관이다. 의원들의 헌법과 민주주의 무시 행태를 근절하려면 예외 없이 엄벌에 처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