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수용해 학생들이 각자의 학습 속도와 수준에 맞춰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특히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게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격차 해소와 양극화 타개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점이 강조됐다. 국회도 지난해 말 대규모 교원연수에 소요되는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사업 추진을 뒷받침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일부 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내년 새 학기부터는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AI 디지털 교과서가 돌연 교육자료로 ‘강등’되면서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도입 과정에서 교원 등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동안 교원단체들은 디지털 기기 의존성 심화, 교육격차 심화, 학생의 문해력·집중력 저하, 개인정보·학습정보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교과서 도입을 반대해왔다. 개정된 법에 의해 AI 디지털 교과서는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교과서가 아닌 지위가 됨에 따라 그 활용률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 벌어질 교육현장에서의 혼란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정부 입장을 설명하면서 교육부 장관으로서 재의 요구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찬반으로 나누어진 상태다. 개정안 통과에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데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으나 이후 인천시교육청을 비롯해 서울·세종·경남·울산·충남교육감은 입장문 발표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법 개정에 찬성 입장임을 밝혀 혼란을 키웠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묻혀버리긴 했으나 우리 교육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 중의 하나다. 그동안의 논의는 부족했고, 앞으로의 혼란은 커질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