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란 초유의 사태로 나라가 국난 지경에 빠졌다는 우려는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서 이런 상황을 자초했고, 이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최상목 권한대행이 지게 됐다. 이런 판국에 윤석열 대통령은 예상대로 공조수사본부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벌써 세 번째다. 탄핵심판과 수사 자체를 형해화시킬 요량인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일이 닥칠 수도 있다. 우선 최 대행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헌법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이므로 비록 선출 권력이 아니라도 헌법과 양심에 따라 국군통수권과 경제부총리와 국정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당장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가 그에게 주어진 난제일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이미 국회임명동의를 마친 헌재 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하면 더불어민주당은 또다시 탄핵을 감행할 태세다. 최 대행은 민주당 탄핵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헌재의 탄핵심리가 정상 궤도로 들어서게 할 의무가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서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한 전 권한대행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또 하나 발등의 불은 내란 상설 특검 추천 의뢰와 내란 특검 및 김건희 여사 특검이다. 이 역시 민심의 눈높이에서 처결하면 된다. 검찰은 구속 기소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공소장에 대통령 이름을 49번이나 적시해 비상계엄과 내란의 우두머리가 윤 대통령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란 특검을 거부할 명분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측은 검찰·공수처·국수본으로 분리된 수사의 효율성 문제와 적법성까지 문제 삼고 있다. 특검을 빨리 출범시켜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바람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윤 대통령을 비호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에 집중한다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했던 국민의힘이 아닌가.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상호 비방하면서 놀라울만치 닮은꼴이다. 민주당도 장관의 줄탄핵으로 내각 총사퇴와 같은 효과를 내겠다는 심산인 것 같은데, 자제해야 마땅하다.
최 대행은 특검법의 ‘독소조항’에 대해서 여야 합의를 유도하고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헌재 재판관 임명과 특검 출범 등에 대해 최 대행이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 누란의 위기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