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무정부 상태에 빠진 대한민국의 경착륙과 연착륙 여부가 세계적 관심사이던 시점에, 무안국제공항에서 비극적인 민항기 참사가 발생해 국민들이 슬픔에 잠겼다. 29일 오전 9시 5분경 방콕발 제주항공 민항기가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외벽과 충돌해 폭발했다.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탑승객 181명 중 승무원 2명만 구조됐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랜딩기어 작동 불능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

착륙은 모든 비행기의 최종 목표다. 착륙 없는 이륙은 없다. 고도로 훈련된 조종사, 첨단 항공장비와 장치가 모두 무사 착륙을 위한 안전대책이다. 관제탑 금언 중에 ‘착륙은 성공과 실패만 있을 뿐 점수를 매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연착륙이면 더할 나위 없지만 경착륙도 착륙 실패라는 치명적 상황에 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조종사의 능력은 복행(착륙전 재이륙), 터치앤고(착륙후 재이륙), 횡풍착륙 등 경착륙에 대처하는 판단력과 조종술로 드러난다.

최악의 착륙이 동체착륙이다. 바퀴 없이 착륙하는 동체착륙은 착륙 충격, 활주 중 마찰열로 인한 연료 폭발, 활주 중 돌발 상황으로 탑승자의 생명을 걸어야 하는 최후의 선택이다. 2009년 엔진이 모두 멈춘 항공기가 허드슨강에 동체착륙해 전원이 구조됐고, 2019년엔 옥수수밭에 동체착륙한 러시아 항공기의 승객 전원이 무사했다. 허드슨강의 기적을 만든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은 영웅이 됐고, 러시아 기장은 국가훈장을 받았다. 두 사고 모두 버드 스트라이크가 원인이었다.

흔치 않은 일이라 기적이다. 제주항공 7C2216편에겐 기적이 없었다. 엔진은 멈추고 바퀴는 내려오지 않았다. 복행을 감행했다는 증언도 있다. 동체착륙은 기장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이었을 테다. 사고 원인은 조사로 확정될 테지만, 비극적 참사와 결부된 우연의 조각들로 가슴이 미어진다. 철새도래지인 한국의 공항들은 겨울철이면 새떼와 전쟁을 벌인다. 하필 그 시간에 비행기에 돌진한 새떼가 원망스럽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2천800m)가 인천·김포국제공항 만큼(3천400m) 길었다면 공항 외벽과 충돌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은데, 활주로를 360m 연장하는 공사중이었다니 속이 끓는다.

참사에 희생된 탑승객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을 위로하는 마음 간곡하다. 비참하고 잔인한 2024년 12월, 무심한 하늘에 억장이 무너진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