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4.12.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국내 최악의 항공기 추락 사고로 꼽히는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사고 유가족은 물론 자원봉사자와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TV나 SNS 등에서 반복적으로 사고 참상이 전해지면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어 이번 참사가 우리 사회 전반의 집단적 트라우마로 번져가는 느낌이다.

특히 처참한 현장을 직접 경험한 소방관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희생자 수습을 담당했던 한 소방대원은 “현장이 워낙 끔찍해 현장에서 벗어난 뒤에도 계속 장면이 떠오른다”고 언급했다. 유가족 심리지원 중인 한 소방대원은 “공항에서 심리지원 중인데, 유가족들을 보기만 해도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지난 31일 소방청이 조사한 ‘마음 건강 설문조사’에 응한 소방관 5만2천802명 중 43.9%(2만3천60명)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우울·수면장애·문제성 음주 등 4가지 심리질환 중 1개 이상의 질환에 대해 관리나 치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방관 10명 중 4명 이상이 심리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특히 대형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구조활동에 참여한 뒤 트라우마 치료를 받은 소방관은 1천316명에 달했다.

재난·폭력·전쟁·사고 등과 같은 극심한 외상 사건에 직면한 후에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를 겪는 사람의 8∼10%는 악몽·공황발작·회피 행동·과민반응 등의 PTSD로 이어져 중장기적 치료가 요구된다. PTSD는 참사 최일선에 있는 소방관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병증(病症)이다. 소방청은 이번 무안공항 참사에 투입된 422명의 소방대원에 대한 심리지원을 하고 있으나 이들을 지원하는 예산과 시설, 인력 등은 미흡하다.

소방청은 병원을 찾아 정신건강 진료를 받은 소방공무원들에 전액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매년 수천 명의 소방공무원들이 병원을 찾고 있으나 마음건강 상담·검사·진료비예산은 5억6천만원으로 2022년부터 3년 동안 동결 상태이다. PTSD를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시설인 소방심신수련원이 소방청 최초로 2026년 강원 강릉시에 준공되는데 유사 기능의 경찰수련원이 충남 보령시와 전북 부안군·인천 강화군·제주시 등에서 이미 운영 중인 것을 감안하면 많이 늦다. 소방공무원들의 정신건강 관리강화가 시급하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