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국의 최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석인 3명의 헌법재판관 중 2명의 재판관을 임명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불완전한 6인 체제를 벗어났다. 지난 10월 17일 이종석 헌재 소장과 2명의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국회가 자신들의 몫인 3명의 재판관 추천을 미루면서 헌재는 그동안 임시 체제로 운영돼왔다.
이제부터 정국은 헌재의 시계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비록 남은 1명의 재판관 임명이 유보됨으로써 헌재가 요구했던 완전체는 아니지만 일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헌재의 시간이 무한한 건 아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올해 6월 초까지다. 하지만 2명의 재판관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4월 18일이 지나면 헌재는 다시 불완전체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사정을 감안할 때 최 권한대행의 ‘제한적인’ 헌법 재판관 임명은 그야말로 고육지책이다. 여당으로부터는 ‘배신자’ 소리를 듣게 됐고, 야당으로부터는 ‘위헌적 행위’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지만 결코 꼼수로 보이지 않는다. 헌재라는 국가 시스템은 더 이상의 고장 없이 돌아가도록 하되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선 나름의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남은 재판관의 임명 유보와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탄핵 목소리를 키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 권한대행까지 탄핵의 심판대로 올려세울 경우 민심의 풍향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음직하다.
이렇게 ‘대행정부’가 혼란한 국정을 수습하고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누란(累卵)의 국가위기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오늘로 경제부총리 취임 1주년을 맞는 최 권한대행부터가 1인 4역, 5역의 과중한 임무를 가까스로 수행해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1년간 빈틈없이 이끌어온 정부 최고위급 경제·금융협의체 ‘F4 회의’조차도 직접 챙기지 못할 지경이 됐다.
정치권이 ‘대행정부’의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 아무리 권력 획득이 목적인 정당이라 하더라도 국가 없이, 국민 없이 존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여야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궤도에 올리는 일이 무엇보다 급한 일이다. 그걸 하지 않으면, 아니 해내지 못하면 이 또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