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공사장 작업자 추락’ 안전시설물 조사 패싱
38층서 떨어져 22층 그물망 걸려
‘세개층당 하나’ 규정 준수 의문
“사망건 아니라…” 고용부 외면
“사건 접수 안돼” 경찰도 미온적
지난달 16일 파주시 와동동의 한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 엘리베이터 피트(PIT)에서 추락방호망을 해체하던 중 38층에서 추락한 작업자가 22층 안전망에 걸려 목숨을 건졌으나(2024년 12월20일자 5면 보도), 당시 사고 현장 내 안전시설물 설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노동·수사 당국은 사고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고용노동부의 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건설현장 작업자의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망은 가능하면 가까운 지점에 설치해야 하고 작업면에서 망의 설치 지점까지 수직거리가 10m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내 아파트 층고가 2.8~2.85m에 해당된다는 점에 비춰 보면, 엘리베이터 피트 내 안전망은 세 개층 당 최소 하나씩은 설치돼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 당시 작업자는 38층에서 추락해 22층 안전망에 걸렸다. 이를 두고 38층에서 22층 사이 구간에는 안전망이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기도 내 한 건설현장 안전시설물 업체 대표는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선 대부분 엘리베이터 피트에 세 개층마다 하나씩 추락방호망을 설치한다”며 “사람이 추락해도 이 방호망을 뚫는 경우는 희박하기 때문에, 작업자가 16개 층이나 추락했다면 안전시설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사고 현장에 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노동·수사 당국은 제대로 된 사고 경위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양지청 관계자는 “사망사고 발생 시 조사 기준에 충족될 경우 중대재해조사에 나서지만, 이번 사고는 재해조사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작업자가 사망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사고 현장의 안전시설물 기준 충족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모든 사업장에 대한 점검이나 조사를 할 수 없다”며 답을 회피했다. 경찰 역시 사건 접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세한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반복되는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철저한 사고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명열 건설노조 경인지부 사무국장은 “작업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사람이 10여층 이상 추락한 사고인데 경위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장에 안전망이 설치돼 있었으나, 작업자의 무게가 있어서 뚫고 내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상당한 작업자를 위한 지원은 모두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