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있어도 낮은 점수 승진 난항
하급자 참여… 의도적 저점 비판
‘건전성 vs 갑질 방지’ 설왕설래
인천시 “보완할 점 발견땐 개선”

인천시가 올해 상반기 인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공무원들 사이에서 다면평가 제도를 두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6급 공무원 원우석(가명)씨는 5급 승진 심사를 앞두고 받은 다면평가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승진후보자 순위에서 상위권에 들었지만, 100점 만점인 다면평가 점수가 낮아 승진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원씨는 “20점 만점인 5개 항목 중에 10점 이상 받은 항목이 없었다”며 “업무개선 실적과 역량 평가 등 명확한 실적이 나와 있는데, (다면평가에서) 말도 안 되는 점수가 나왔다”고 했다.
다면평가는 직속 상급자가 일방적으로 평가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동료와 하급자 등 다수가 평가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2001년 공무원임용령이 개정되면서 정부부처에서 다면평가제도를 도입했고, 2004년부터 인천시를 포함한 지방공무원 대상 다면평가도 의무 시행됐다. 업무 능력과 관계없이 상사에게 잘 보여서 인사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승진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 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평가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인천시의 다면평가는 5개 항목(조직관리·업무능력·책임감·시정기여도·윤리의식)을 20점씩 총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내는 방식이다. 인사 대상자와 최근 5년 동안 같이 근무한 이력이 있는 상·하급자와 동료 공무원 50명이 다면평가에 참여해 점수를 매긴다. 다면평가에서 하위 10%에 속할 경우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천시 안팎에서는 다면평가의 실효성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사 대상자로부터 평소 지적을 많이 받은 하급 공무원이 다면평가에서 의도적으로 점수를 낮게 매기는 등 평가자 사적 감정에 휘둘리는 결과가 나온다는 비판이다. 다면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상급자가 하급자들에게 업무 지시나 조언 등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공무원 A씨는 “출근 시간 미준수 등 공직생활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하급자에 대해 지적하는 선배 공무원이 사라졌다”며 “건전한 행정 조직 유지를 위해 다면평가 폐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다면평가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상급자들이 하급자들을 상대로 ‘갑질’ 등 부당한 지시를 하는 사례가 많이 사라졌고, 말이나 행동을 가려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다만 다면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낮은 점수를 받은 인사 대상자들이 해명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무원 B씨는 “하위 평가를 받은 직원에 대해 다면평가위원회를 열어 소명하고, 위원들이 최종적으로 평가해 판단하는 등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면평가의 개선 방안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다면평가위원회는 따로 열리지 않고 있다”며 “매년 인사를 앞두고 다면평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보완할 점이 있다면 확인한 뒤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