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웠는데… 천만다행입니다.”

3일 오후 4시37분께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8층짜리 복합상가 건물에서 난 불이 발생 1시간 20여분 만에 모두 잡혔다. 이 불로 건물 안에 있던 수백 명이 대피하거나 구조됐으며, 다행히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건물 1층 음식점 주방에서 불이 났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다수 인명피해 발생을 우려해 인접 소방서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는 ‘대응 2단계’ 비상령을 발령, 소방인력 20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어 신고 접수 약 30분 만인 오후 5시16분께 초진한 뒤 비상령을 대응 1단계로 하향했으며, 오후 6시1분께 불을 모두 잡았다.

분당 야탑동 화재 발생 현장. 2025.1.3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분당 야탑동 화재 발생 현장. 2025.1.3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불이 난 건물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수십여 건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건물 내에 다수 인원이 고립됐다는 신고도 있어 소방당국은 구조대를 투입해 인명검색 작업에 나섰다. 건물 밖으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시민들은 건물 옥상 등으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리기도 했다.

건물에 있던 시민들은 급박했던 화재 당시 상황을 전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건물 6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유모(36)씨는 “갑자기 비상벨이 울리면서 화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원들과 급하게 옥상으로 대피했다”며 “화염을 피하기 위해 건물 2층에서 창문을 깨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건물 7층에 있던 정모(32)씨는 “1시간 넘게 옥상에서 기다리다 소방의 안내에 따라 다행히 계단으로 내려왔다. 옥상에는 100명 정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불이 난 분당 야탑동 건물 옥상에서 시민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2025.1.3 /독자제공
불이 난 분당 야탑동 건물 옥상에서 시민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2025.1.3 /독자제공

건물 지하 수영장에 자녀를 보낸 김현욱(49)씨는 “아이가 수영하다 불이 나서 대피했다는 전화를 듣고 걱정되는 마음에 급히 달려왔다”면서 “아이가 화재경보를 듣고 강사의 안내대로 다행히 대피했다”며 안심했다.

불이 난 건물은 지하 5층, 지상 8층 구조의 연면적 2만5천650㎡ 규모로 구성됐다. 음식점을 비롯한 판매시설과 병·의원 등이 지상층에 입점해 있으며, 지하층에는 어린이들이 주로 다니는 수영장이 있어 한때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기도 했다.

불이 난 분당 야탑동 종합상가 건물. 2025.1.3 /김태강 think@kyeongin.com
불이 난 분당 야탑동 종합상가 건물. 2025.1.3 /김태강 think@kyeongin.com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35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경상을 입어 일부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대에 의해 건물에서 구조된 인원은 총 240명, 스스로 건물 밖으로 대피한 인원은 70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김흥복 분당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진압 이후 현장 브리핑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점이 건물 뒤편 주차장 쪽이어서 연기가 건물 외부를 타고 올라가 건물 내부로 유입이 많이 안 됐다”며 “화재 발생 후 소방에서 건물 내에 있던 인원들을 빠르게 옥상으로 대피시켜 인명피해가 적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구체적인 사고 발생 경위와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3일 분당 야탑동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구조된 시민들이 성남시청이 제공한 모포 등을 덮고 몸을 녹이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3일 분당 야탑동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구조된 시민들이 성남시청이 제공한 모포 등을 덮고 몸을 녹이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조수현·김태강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