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은 가족만… 증명서 지참을

평택 아파트 입주자에 ‘황당 요구’

시공사 “실적 위해 무리주장 때문”

‘제3자 대행 가능’ 법률안 발의중

오는 4월 입주를 앞둔 평택시의 한 신축아파트에서 사전점검 시 하자점검 대행업체 출입을 두고 시공사와 입주민 간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은 시공사 관계자들이 마무리 공사를 하는 모습. 2025.1.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오는 4월 입주를 앞둔 평택시의 한 신축아파트에서 사전점검 시 하자점검 대행업체 출입을 두고 시공사와 입주민 간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은 시공사 관계자들이 마무리 공사를 하는 모습. 2025.1.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점검하래서 꼼꼼히 하겠다는데 무슨 명분으로 막습니까?”

오는 4월 평택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는 최근 입주자예정협의회로부터 황당한 고지를 받았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입주 전 사전점검 시 하자 점검 대행업체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시공사의 통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시공사 측은 입주자들이 사전점검 당일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해 와야 하며 입주자가 아닌 대리인은 오직 가족관계증명서에 있는 가족 외에는 불가하다고 알려왔다.

시공사의 이 같은 요구에 입주예정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과도한 요구일뿐더러 서류 제출의 목적이 사실상 하자점검 대행업체의 출입을 막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입주자들은 하자점검 대행업체를 통해 일반인들이 쉽게 찾기 힘든 하자를 발견하는 게 아파트 구매자 입장에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는 입장이다. 입주예정자 A씨는 “(시공사) 자신들이 당당하면 막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찔리는 게 있어서 막는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2일 아파트 사전점검 시 전문업체 출입 금지하는 평택 고덕동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일 아파트 사전점검 시 전문업체 출입 금지하는 평택 고덕동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그러나 시공사 측은 하자점검 대행업체를 ‘하자 적출 업체’라고 규정하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시공사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은 본인들의 인테리어 시공 등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하자를 주장하고, 의도적으로 입주 지연을 유도하면서 입주예정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며 “사전점검 시 입주예정자가 아닌 제3자가 들어와 안전사고가 생기면 책임 소재가 시공사에 돌아오기 때문에 막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하자점검 대행업체의 사전점검 출입 문제를 두고 시공사와 입주예정자 간 마찰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양주시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고, 강원 춘천과 충남 아산 등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관련법에 제3자의 출입 여부에 관한 마땅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각 현장의 판단에 맡겨진 실정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대행업체를 포함한 제3자의 하자점검 대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돼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법령 개정 전까지는 입주예정자와 시공사 간 원만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