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선은 1963년 개통해 2004년까지 41년간 청춘들을 MT의 성지로 실어 날랐다. 덜컹거리는 통일호 안에서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고 춤을 췄다. 지금은 민폐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젊음의 특권이자 낭만이었다. 일영유원지, 장흥국민관광지, 송추유원지는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였다. 서울 근교 30㎞ 기차여행은 준비 없이 떠나도 금방 돌아올 수 있다는 심리적 위안을 주는 거리이기도 했다.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에 이어 1990년대 마이카 시대가 열리자 교외선의 인기는 점차 시들해졌다. 2004년 전국 반나절 생활권을 가능케 한 KTX의 등장은 승객 이탈에 결정적이었다. 사람들은 근교 나들이가 아닌 장거리·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결국 2004년 4월 교외선은 적자를 이유로 여객 수송을 중단했고, 화물열차만 다니는 신세가 됐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유원지의 쇠락은 곧 지역 경제의 위기였다.

기차가 서지 않은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이규석 ‘기차와 소나무’) 교외선의 추억은 1980년대 대중가요에 박제됐다. 문 닫힌 낡은 역과 선로, 터널은 한때 ‘인생사진’ 명소로 떠올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침목 틈에 핀 잡초에서 감성을 찾고, 녹슨 철로 위를 두 팔 벌리고 걸었다. 하지만 정식 폐선이 아니기 때문에, 무단출입 과태료 통지서가 날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추억의 교외선’이 돌아온다. 오는 11일 오전 6시 의정부역, 21년 만에 다시 기적을 울린다. 철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통일호 대신 무궁화호가 달린다. 5량 중 객차는 2량으로 승차 정원은 136명이다. 총 30.3㎞로 의정부~양주~고양 3개 시를 잇는다. 의정부·송추·장흥·일영·원릉·대곡 6개 역에 정차한다. 현재 90분 걸리던 이동시간이 50분으로 단축된다. 하루 20회 운행하고 전 구간 기본요금은 2천600원이다. 한 달 동안 단돈 천원이면 추억열차를 탑승할 수 있다. 코레일은 추후 교외선 철도패스 ‘교외하루’도 선보일 예정이다.

방탄소년단(BTS) ‘봄날(2017)’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한 일영역도 묵은 먼지를 걷어내고 있다. 옛 감성을 그대로 살려 3월까지 복원한단다. 사람들이 모이면 7080 국민 유원지에도 봄날이 올 수 있겠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