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팔아서 대학 보낸다’고 할 정도로 등록금은 ‘등골 브레이커’의 대명사다. ‘상아탑(象牙塔)’ 대신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회자됐을 정도다. 대학 졸업장은 취업전선의 강력한 무기로 대접받아왔다. 이에 힘입어 등록금은 특히 2000년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2000~2008년 9년 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사립대 63.5%, 국공립대는 90.1%에 달했다. 2007년에는 연 1천만원 천장이 뚫리기도 했다. “졸업하면 빚쟁이”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던 88만원 세대는 분노했다. 당시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도 ‘등록금 인상 저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일부 불량 사립대에 “등록금 걷어 건물만 짓냐”고 비난이 쏟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학들은 2009년부터 3년간 자발적으로 동결했다. 2010년에는 정부가 나섰다. 반값 등록금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장학금을 신설했다.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고등교육법을 손질했다. 또 2012년부터는 등록금을 동결·인하하거나 교내 장학금을 유지·확충하는 대학에만 국가장학금을 지원했다. 대놓고 올리지 말라는 ‘빗장 정책’이다.
“낡은 책상과 의자, 냉골 강의실… 시설이 초중고만도 못합니다.” 대학들의 하소연이다. 등록금 인상이 묶이면서 대학은 매년 보릿고개다.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과 최신 논문 해외 저널 구독은커녕 노후 시설을 보수하기도 버겁다. 곳간이 비어갈수록 연구비와 실험 실습비, 도서 구입비를 줄였다. 결국 대학의 교육 경쟁력까지 상처를 입었다.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의 67개국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대학은 2011년 39위에서 2023년 49위로 10년 넘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가경쟁력 20위인 한국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성적표다.
정부는 올해도 동결 기조다. 꼬박 17년째다. 초중등 교육에만 쓰였던 교육교부금이 2023년부터 대학 재정에도 지원되고 있지만 숨통은 트이질 않는다. 이마저도 올해 말 일몰된다. 이대로면 ‘등록금 동결→대학 재정난→경쟁력 악화’ 악순환을 끊을 수가 없다. 교육재정의 재분배가 절실한 이유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빗장 정책’은 대학의 경쟁력만 떨어뜨린다. 한계점을 넘어선 대학들은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래저래 피해는 학생들 몫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