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도움의 손길마저 꽁꽁
기온 영하 11도 떨어진 수원역 앞
노숙인들, 낡은 솜이불 한장 의지
문틈 사이 냉기… 쪽방촌도 ‘덜덜’
수원의 최저 기온이 영하 11도로 떨어진 9일 오전 9시께 찾은 수원역 앞. 2년째 이곳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최모(60)씨의 볼은 찬 바람에 빨갛게 얼어 있었다. 살림살이라고는 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얇은 매트리스와 낡은 솜이불 한 장이 전부다. 이부자리 위에 놓인 손바닥만한 핫팩이 추위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한용품이다. 그는 하얗게 튼 양손을 쓰다듬으며 “잘 때 핫팩을 등 뒤에 놓고 누우면 추위를 견딜만 한데, 며칠 전 나눔을 받은 핫팩을 어젯밤에 다 써서 오늘 밤부터가 진짜 걱정”이라고 했다.
길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에겐 비 내리는 여름보다 눈 내리는 겨울이 배로 힘들다. 더운 날씨에 금방 마르는 비와 다르게, 눈은 이불과 바닥에 쌓인 채 그대로 얼어붙기 때문이다. 최씨는 “며칠 전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공원에서 지붕이 있는 역 공중화장실 근처로 급히 자리를 옮겼다”며 “빨리 움직여야 이불을 건질 수 있다”고 했다.
연이은 불경기로 도움의 손길마저 꽁꽁 얼어붙으면서 취약계층은 겨울나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 바로 옆에 무료급식소가 있지만, 끼니 해결은 쉽지 않다. 기부금이 부족해 세 끼 급식이 전부 나오는 날이 줄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한 끼만 주는 날은 컵라면을 부숴서 남은 끼니를 해결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헌옷을 얻어 입기도 힘들다”며 “자다가 깨어나지 못할까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저소득층 10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쪽방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고시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봄부터 이곳에 살기 시작했다는 A씨는 처음 나는 쪽방의 겨울에 걱정이 태산이다. 낡은 문 테두리에 청테이프와 비닐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탓에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았고, 바닥에 전기보일러를 틀어놔도 문틈 사이로 바람이 새어 들어와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그는 “이불을 두세겹 뒤집어써도 웃풍이 심해 몸이 덜덜 떨린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쪽방촌 주민들에게 손길을 내밀고는 있지만,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수원시 팔달구 관계자는 “구청에서 주기적으로 쌀이나 라면 등을 가져다 드리고 있다”며 “쪽방촌은 민간 사유지인 탓에 지자체에서 문이나 창문을 보수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남수동 쪽방촌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주민들을 찾아 빠른 시일 내 한파 대피 난방비 긴급지원금을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는 난방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안전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재해구호기금 154억3천만원을 투입,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30만 가구에 1월 한 달 치 난방비 5만 원을 긴급 지원하고 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