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기표지 사진 메신저 인증
투표지 구획 나눠 기명 위치 선정
투명하게 관리 가능한 장치 필요
민주주의의 원칙을 무시하는 이른바 ‘짬짜미 선거’가 일선 기초의회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잇따라 반복되고 있다. 기표지를 사진 촬영하거나 각 투표용지에 구획을 나눠 기표할 위치를 선정하는 등의 행태가 드러나면서 기초의회를 향한 비난 여론까지 덩달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성남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16명의 시의원들이 기표지 사진을 찍어 메신저 단체방에 인증샷을 올렸다. 이탈표 방지 차원이었다. 경찰은 해당 단체방 확인 후 시의원들의 자백을 받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 9일 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15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1월8일 인터넷 보도)했다.
앞서 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안양시의회 전·현직 시의원 3명은 지난 2020년 7월 제8대 안양시의회 후반기 의장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를 열어 A시의원을 선출키로 합의, 투표용지에 구획을 설정해 각 의원별로 기명할 위치까지 정했다. 역시 이탈표 방지를 위한 장치였다. 이들은 법원에서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2024년 12월26일자 7면 보도)받았다. 두 사건 모두 무기명투표로 진행돼야 할 의장선거가 사실상 기명투표로 진행된 것을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지적한 것이다.
일선 기초의원들은 이같은 짬짜미 선거의 원인으로 거부할 수 없는 당론과 막강한 의장의 권한을 꼽았다. 기초의회를 주도하는 의장 선거의 경우 후보가 당론으로 정해지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의장이 지나치게 큰 권력을 쥐고 있어 선거가 과열된다는 시각도 있다.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홍종철(광교1·2동) 의원은 “의장은 지자체의 예산을 총괄하고 시의회 인사권도 가지고 있어 시장에 준하는 권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초의회에도 견제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희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의정연구센터장은 “비밀투표가 기본인 민주주의에서 짬짜미 의장 선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의회 내부에서 이뤄지다보니 견제하기가 어렵다”며 “시민들을 포함해 의장선거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