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 속 사고 연달아 발생

석탄·고무 등 유독가스 위험 높아

소방시설 설치 절차 개선 목소리

지난 12일 불이 났던 용인시 플라스틱 용기 제조 공장 앞에 건물 벽면이었던 샌드위치 판낼이 검게 그을린 채 나뒹굴고 있다. 2025.1.13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지난 12일 불이 났던 용인시 플라스틱 용기 제조 공장 앞에 건물 벽면이었던 샌드위치 판낼이 검게 그을린 채 나뒹굴고 있다. 2025.1.13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13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한 플라스틱 용기 제조공장. 스티로폼으로 채워진 건물 벽면 샌드위치 패널이 검게 그을린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불이 꺼진 지 반나절이 넘게 지난 시점임에도 바람이 불 때마다 매캐한 연기와 잿더미가 날아왔다.

전날 오후 3시40분께 3층짜리 4개 동 규모(연면적 2천698㎡)의 공장에서 불이 났다. 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이 민가로 옮겨붙을까 불안한 밤을 보내야 했다. 주민 김영순(77)씨는 “불씨가 언제 넘어올지 몰라 저녁 9시까지 소방차를 바라보며 잠을 못 잤다”며 “바람이 없어 불이 위로만 올랐으니 망정이지, 공장 담을 넘었으면 바닥에 마른 나뭇가지를 태우며 인근 주택을 다 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기숙사는 불이 난 공장 건물에서 도보로 불과 2분 거리였다. 기숙사에 사는 이들은 불이 나자 여권과 신분증만 챙긴 채 다급히 밖으로 뛰쳐나와야 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미얀마 국적의 A씨는 “기숙사에서 쉬고 있는데, 공장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여권과 가방만 챙겨 밖으로 달려 나왔다”며 “밖에서 보면서 옷가지가 남아있는 기숙사까지 불이 붙지 않을지 불안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용인시 플라스틱 용기 제조 공장에서 난 불로 인근 기숙사에서 생활 하던 노동자 20여 명이 인근 경로회당으로 급히 대피했다. 2025.1.13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지난 12일 용인시 플라스틱 용기 제조 공장에서 난 불로 인근 기숙사에서 생활 하던 노동자 20여 명이 인근 경로회당으로 급히 대피했다. 2025.1.13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플라스틱 제품 제조공장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화재예방법에는 고무·플라스틱류·석탄·목탄 등을 특수가연물로 규정해 화기 취급 금지 등이 표기된 표식을 설치해 구분 관리하도록 한다. 화재 발생 시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유독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특징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일에도 용인의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불이 났는데, 불이 인근 야산으로 확산하면서 ‘대응 1단계’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특수가연물에 대한 규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정 규모 이상의 특수가연물을 다루는 사업장의 경우 자동화재탐지설비·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 취급물이 바뀐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허가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의 확산 속도가 빠른 특수가연물에 대해서 관련 규정을 세밀하게 다듬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