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개헌의 필요성을 수면 위로 다시 밀어올렸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면서다. 정치적 갈등과 혼란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작금의 상황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도 저변에 깔려 있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치적 갈등이 국가 위기 상황을 초래한 셈인데, 반성은커녕 정쟁만 계속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렇다면 헌법을 개정해 권력 구조를 개혁하는 방법밖에 없다.
현행 헌법은 폭압적 군부독재에 맞선 국민항쟁의 결과물이다.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 도입, 대통령 비상조치권·국회해산권 폐지, 국회 국정감사권 부활 등을 뼈대로 한 개헌은 1987년 10월29일 국민투표로 확정됐다. 하지만 군부독재 종식을 목표로 이뤄진 ‘1987 헌법’ 체제는 세월이 흘러 한계에 봉착했다. 개헌을 논의할 당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데다, 개헌 이후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있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경인일보는 최근 정치 원로와 전문가 4명에게 개헌에 관해 물었다. 그 결과 개헌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달랐지만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권력 구조 개편 방식으로는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국회 양원제, 지방분권 강화제 등이 제시됐다. 모든 방식에는 장단점이 존재하는 만큼 공론화를 통해 대한민국 실정에 가장 적합한 제도를 찾는 게 우리의 과제다.
그동안 헌법 개정안 발의 등 개헌 요구는 끊임없이 있었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는 등 이뤄지지 않았다. 개헌은 내용과 시기를 두고 정당 간 입장이 다를 수 있어,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개헌을 공론화하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지금이 권력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개헌의 적기임은 분명하다.
각 정당은 정파적 이익을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만 바라보고 개헌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나라의 장래와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정치적 갈등과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또한 극단적 정치가 사회적 분열을 증폭시키고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 공론화의 시간이 부족하다면 권력 구조 개혁을 우선 반영하고, 나머지 시대적 변화와 미래 가치는 추후 헌법에 담는 방안도 있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