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5 /최은성 기자 최은성기자ces7198@kyeongin.com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5 /최은성 기자 최은성기자ces7198@kyeongin.com

현직 대통령이 국가 수사기관에 체포됐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인해 비록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기는 하나 우리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이후로는 43일 만이다. 공수처가 명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혐의사실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고, 영장 없이 주요 정치 인사와 중앙선관위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법원은 ‘윤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으며,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다. 공포되고 명확하게 규정된 법에 의해 국가권력을 제한하고 통제함으로써 자의적인 지배를 배격하는 것을 국가운영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 나라다. 그래서 윤 대통령 자신도 계엄령 선포를 법에 의해 주어진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감히 주장했던 것이고, 이후 국회의 의결로 계엄령 선포가 무효로 돌아간 것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킴으로써 그 책임을 물은 것도 법에 정한 바대로 행해졌다. 앞으로 계엄령 선포의 위헌성과 위법성 여부 또한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가려질 것이다.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으나 이 또한 법에 의해 판명될 일이다. 이렇게 당연한 과정이 윤 대통령 측의 자의적 주장에 의해 적지 않은 시일 동안 중단됨으로써 온 나라가 갈등의 수준을 넘어 심리적 내전과 물리적 충돌 위기로까지 치달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체포영장 집행이 국가기관들 사이에 커다란 불상사 없이 마무리돼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엔 너무나 참담한 일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우방들과 세계 각국은 한국의 법치주의가 고장이 났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땅바닥으로 거꾸러지고, 경제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우는 최악이다.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됨이 없이 수습됨으로써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주는 계기로 만들 수 있으면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현직 대통령의 수사 협조 여부는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탄핵 이후의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해법의 첫 단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