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가 불안하다. 경기도 내 휘발유 평균가격이 지난 1일 리터당 1천676원에서 보름 만에 1천700원을 돌파했다. 휘발유 소매가격이 1천7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 10일 이후 5개월 만이다. 식품 원자재 가격도 들먹이고 있어 최대명절인 설 대목을 앞둔 서민들은 심란하다.
수입물가 상승이 결정적 원인이다. 겨울철로 들어선 북반구의 수요 증가로 국제유가가 12주 연속 상승 중인데 지난 10일 미국 정부의 러시아 석유 수출 제재 발표까지 가세한 것이다. 국내적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은 설상가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5.8원 오른 1천470.8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평균환율 1천365원과 비교하면 석 달이 채 안 된 기간에 100원 가까이 치솟았다. 환율의 가파른 상승이 수입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고 있다. 계엄사태와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수입물가 상승이 내수 침체의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 국채금리의 지속적인 상승 중에 달러 가치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176으로 상승했다. 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킹달러’ 현상이 있었던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탄탄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우려,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속도 조절 가능성 탓인데 골드만삭스는 달러화 가치가 올해 중으로 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폭탄 개연성은 또 다른 복병인데 14일 글로벌 신용평가기관(S&P, 무디스, 피치)은 국내 정치위기를 주목하며 한국의 신용등급 저하를 우려했다. 원·달러 환율의 추가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환율이 1천500원까지 치솟았을 때 소비자물가는 3개월 뒤 최대 7% 상승했으며 수출은 9개월 뒤 9.0% 감소했고, 제조업 생산은 7개월 뒤 최대 9.3% 줄었다고 분석했다. 너무 높은 환율은 수입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역사적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환율폭탄을 만들지 않도록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