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나훈아. 한국 대중문화계의 거장이다. 거장의 마지막 콘서트도 탄핵정국을 피해 가지 못했다. 입 꾹 다물고 은퇴 공연의 감상에만 집중했다면 대중의 환호에 파묻혀 그의 말대로 하늘에서 땅으로 연착륙했을 테다. “장 서는 날 막걸리와 빈대떡을 먹는 게 가장 하고 싶다”는 가왕의 소박한 은퇴 소망은 당분간 미뤄야 할 형편이다.

‘왼쪽, 오른쪽’ 발언의 여파다. 10일 콘서트에서 자신의 왼팔을 향해 “니는 잘했나”며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즉각 내란을 옹호하는 양비론이라 비판했다. 나훈아는 12일 콘서트에서 “그래 (오른쪽도) 별로 잘한 게 없어. 그렇지만 니는 잘했나, 이런 얘기”라고 전날 발언을 설명한 뒤 “어디 이야기하는데 ××들을 하고 있느냐”고 일갈했다.

고위공직자수사처가 15일 오른쪽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해 수사를 개시했다. 경호처가 사실상 스스로 경호를 포기한 결과다. 비상계엄이라는 역사적 오판만큼이나 불가능한 관저농성을 고집한 탓에 대통령은 구치소에 수감되는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 됐다. 왼쪽은 신속한 탄핵심판과 내란단죄를 요구한다. 중도여론이 동조한 대세다. 오른쪽의 절차적 시비로 피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권력진공을 메우려 심판을 서두른다. 탄핵되면 내란죄 수사와 재판도 거칠 것이 없어진다. 시간 문제일 뿐이다.

오른쪽 대통령의 시간이 끝나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 왼쪽을 향한 찬반이 정국의 화두가 된다. 왼쪽이 대통령의 신속한 탄핵을 요구했던 열기만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지연에 항의하는 오른쪽의 분노가 솟구칠 것이다. 탄핵정국 초반 고저차가 확 벌어졌던 여야 정당 지지율이 종잇장 차이로 좁혀졌다. 깃발로 분열된 대중에게 타협은 없다. 6공화국의 내전은 계속된다.

양비론은 지식인의 진부하고 비루한 처세로 비판받는다. 언론이 경계해야 할 태도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누적된 차선의 선택으로 공공선을 실현하는 제도라서다. 하지만 위선적인 ‘대장경 정치’로 동반 타락한 한국의 ‘양비(兩非) 정치’에 이르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중도 대중에겐 양비적 탄식만 남는다. 나훈아의 ‘왼쪽 오른쪽’ 호통은 무저갱에 갇힌 6공 정치체제를 향한 환멸에 가깝다. 진영의 호사가들은 시끌벅적했지만, 정작 여야 정당은 공식 논평 없이 외면한다. 일말의 부끄러움 때문인가.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