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지구대·파출소 지침 하달

시야 방해 등 탁상공론 행정 비판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경찰청이 일선 지구대·파출소에 근무하는 지역경찰관들에게 대민 현장에서 근무모를 착용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내부에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6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각 지역 지구대·파출소에 ‘지역경찰 근무모 착용 실태 및 개선 계획’에 관한 지침이 하달됐다. 서현역 칼부림 사건, 부천 호텔 화재,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 언론보도 당시 근무모를 착용하지 않은 경찰관의 모습이 수시로 노출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경찰청은 경찰복제에 관한 규칙을 근거로 일선 경찰관들은 근무모 착용이 포함된 근무장 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지난 15일 오전 경기남부 지역의 한 지구대를 찾았을 때 지침 하달 이후 바뀐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찰관들은 각자 근무모를 챙겨 나갔다.

하지만 경찰관 상당수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보급된 근무모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게 이유다. A경사는 “근무모의 재질이 좋지 않아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통풍이나 보온이 잘 안 된다”며 “야외에 자주 노출되니 빛도 금방 바래고, 해진 모자챙에 손을 베이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의 근무모 착용을 두고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순찰중인 경찰관들. /경인일보DB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의 근무모 착용을 두고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순찰중인 경찰관들. /경인일보DB

경찰청의 지침을 두고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B경장은 “유사시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근무모는 약점이 된다”며 “시야를 가려 효율적인 현장 근무에 방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악성 민원인들의 트집잡기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는 게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C경장은 “취객에게 시비가 걸렸는데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갑자기 다음날 근무모를 쓰지 않았다며 복장 불량 민원을 넣었다”고 했다.

현장의 부정적 반응에도 경찰청은 근무모 착용 강조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향후 관서별 ‘모자쓰기 운동’ 캠페인 등을 벌이고, 관서장 중심 교육을 통해 복제 규정에 대해 교육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역 경찰의 불만 사항을 인지하고 있고 2016년 도입된 현 근무모의 시야 확보, 재질 문제 등의 문제점도 파악했다”며 “디자인과 원단 소재 등을 변경해 내구성을 강화하고 품질을 높여 올해 안으로 개선된 근무모를 시범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