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16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16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1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11월 기준금리가 0.25%p 인하된 이후 3개월 연속으로 3.0%를 유지하게 됐다. 사실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빅스텝은 아니더라도 인하 전망이 컸었지만 한 템포 쉬어가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됐다”며 “향후 국내 정치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다시 말해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 후반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3연속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가 장기화한 탓에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여전한 상황에서 동결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 조기 집행 등에 나서는 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상반된 정책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 실태조사’ 결과, 응답한 기업의 47.2%가 올해 자금 사정을 묻는 질문에 ‘악화했다(47.2%)’고 답했다. 이는 2023년 조사에서 ‘악화했다(31.7%)’는 응답에 비해 15.5%p 증가한 것이다. 특히, 매출액 규모가 작을수록 ‘악화했다’는 기업 비중이 높아 영세한 기업일수록 자금 사정이 더욱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중소기업에 가장 절실한 금융지원 과제(복수응답)에 대해서도 38.6%가 금리부담 완화를 꼽았는데 이는 현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을 반증한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9월 빅스텝 후 11월에 이어 3연속 인하하며 한국과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5%p로 좁혀진 상황이다. 오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이 선제적인 대응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