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고, 고귀한 나눔입니다.” 전국 최다 778회 헌혈왕 진성협씨의 헌혈 예찬론이다. 대한적십자사는 누적 헌혈 횟수에 따라 은장(30회), 금장(50회), 명예장(100회), 명예대장(200회), 최고명예대장(300회)을 수여하고 있다. 100회 이상 헌혈자는 ‘헌혈 레드카펫’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100회 이상 8천204명, 500회 이상은 75명에 달한다. 선뜻 팔뚝을 내어주고 피를 나누는 생명연대, 우리 사회의 천사들이다.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꾸준한 헌혈 동참이 중요하다. 혈액수급위기단계는 관심(5일분 미만), 주의(3일분 미만), 경계(2일분 미만), 심각(1일분 미만) 등 4단계로 관리되고 있다. 적정 혈액보유량은 일평균 5일분 이상이다. 16일 현재 합계 6.1일을 유지하고 있지만, AB형은 3.9일로 불안한 수준이다.

겨울철은 ‘헌혈 보릿고개’로 불린다. 한파로 외부 활동이 줄고, 감기까지 유행하니 헌혈의집을 찾는 발길은 자연히 뜸해진다. 연말연시가 여행시즌인 이유도 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귀국 후 4주간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관련 헌혈 제한지역을 방문했다면 1년간 전혈헌혈과 혈소판성분헌혈은 할 수 없고, 혈장성분헌혈만 가능하다.

헌혈이 외면받는 데는 교육정책의 변화 탓도 크다. 헌혈을 하면 인정받던 4시간 봉사시간이 사라졌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 학교 차원이 아닌 개인 헌혈 실적은 봉사활동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2021년 고교 신입생부터 헌혈 참여가 꾸준히 감소한 배경이다. 실제로 10대(헌혈 가능 연령인 만 16∼19세)의 헌혈 건수는 2019년 75만6천107건에서 2023년 47만1천161건으로 37.7%나 감소했다. 고등학생이 헌혈의집을 찾아 개인 헌혈을 한 건수도 같은 기간 22만238건에서 8만614건으로 뚝 떨어졌다. 학교의 단체 헌혈도 덩달아 32만1천491건에서 18만9천805건으로 4년새 40% 줄었다.

헌혈 정년은 만 69세다. 만 64세였다가 2009년 한번 조정된 후로 그대로다. 기대수명이 82.7세로 늘어난 만큼 헌혈 정년도 연장되는게 순리다. 헌혈 가능 인구는 줄어만 가는데, 젊은 층의 참여는 시들하다. 초고령화사회에서 혈액 수급은 또하나의 고민거리다. 사시사철 ‘헌혈 보릿고개’에 시달릴까 걱정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