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6일 오후, 대선 패배로 정권을 넘겨줘야 할 당시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지지자 2천여명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다. 트럼프와 측근들의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에 경도된 극우 극단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폭도들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공식 인증하는 절차를 방해하기 위해 의사당에 침입한 이들은 의원실과 여러 사무실을 뒤지고 약탈을 자행했다. 국회의사당 앞에 교수대를 세우고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과 펜스 부통령 등을 인질로 붙잡아 위해를 가하려고 했다. 트럼프는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로 지칭하며 부정선거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4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을 방불케 하는 폭력사태가 어제 새벽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법원이 정치적 시위대에 공격당한 최초의 사건이라 충격은 더욱 크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4년 전 미국 민주주의의 전당에서 벌어진 아수라장의 ‘데자뷔’요, 복제판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흥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습격했다. 경찰 바리케이드를 뚫거나 법원 담장을 넘은 지지자들은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유리창을 깨며 법원 청사 내부로 진입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았다. 조폭들의 집단 난동으로 법원이 난장판이 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온 법원이 정치적 집단 폭력으로 얼룩진 건 우리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폭동’이라고 해도 무방할 이날의 사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해이고, 도전이다. 보수를 지지하든 진보를 지지하든 구분치 않고, 윤 대통령을 따르든 배척하든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반이성적, 반사회적 범죄행위다.
그러잖아도 심리적 내전 상태니, 유사 내전 상황이니 하면서 온 나라가 혼란의 도가니다. 우리의 법치주의와 국가 시스템을 지켜보는 세계 각국의 시선도 가뜩이나 불안한 판에 내 편, 네 편 국민들 사이의 편가름을 넘어 정치적 집단폭력까지 발생하면 시쳇말로 ‘끝장’이다. 경험으로 체득한 바 폭력이나 무력으로 해답을 찾을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게 민주주의다. 정치집단들도 더 이상 ‘내 편’을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더는 정말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