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웃지 못하는 이웃들
명절자금 공급·지역화폐 할인에도
고물가·사회 불안, 지원책 역부족
“18년 장사했는데 지금이 가장 힘드네요.”
지난 17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매산시장의 한 과일가게에서 만난 이모(60)씨가 한적한 시장 골목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서 18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해 온 이씨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매출이 30% 가까이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귤 한 바구니가 작년 설엔 5천 원이었는데, 올해는 7천 원”이라며 “파는 사람도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사는 사람은 오죽하겠냐”고 토로했다.
명절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건 다른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유점수 모란전통5일장상인회장은 “시장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지갑을 여는 손님이 줄었다”며 “설 명절 당일에도 장을 여는데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경기도 내 전통시장들이 높은 물가와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등의 영향으로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19일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일 평균 방문객은 지난 2019년 5천413명에서 2023년 3천994명으로 26.2% 줄었다. 더욱이 추후 경기 상황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전반적인 경기동향을 파악하는 경기 예측 지표인 ‘전망 경기실사지수(BSI)’는 전통시장의 경우 지난해 9월 88.7에서 지난해 12월 77.5로 하락했다. 이 수치가 100 이하면 경기 실적 악화를 의미한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의 체감 BSI는 76.2에서 49.7로 더 큰 폭으로 낮아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내수 부진 장기화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설 명절 자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39조원을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경기도와 31개 시·군도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화폐를 최대 20% 할인 판매하는 등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역부족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 회장은 “모란전통5일장의 경우 지역화폐는 사용 가능하지만,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취소돼 상인들의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고, 매산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5)씨는 “연휴가 길면 사람들이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많이 찾아 우리같은 사람들은 대체공휴일이 야속하다”고 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