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재배면적 조정제’ 농민 반발
정부, 타 작물 자급률 강화 입장
“중·소농 대부분 실정과 안맞아”
전문가, 인센티브 유도 해법 제시
쌀 과잉 생산에 따른 연이은 가격 폭락으로 정부가 전국의 벼 재배 면적을 줄이는 카드를 꺼내 들자 경기도 내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쌀은 남아돌지만 다른 곡물은 자급하지 못하고 있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서, 주곡인 쌀 생산량을 감축하는 것이 식량 안보에 도움이 되느냐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지자체와 협력해 전국 벼 재배면적(지난해 기준 69만8천㏊)의 약 11%에 해당하는 8만㏊를 줄이는 계획이다. 감축을 이행한 농가에는 공공비축미 물량이 우선 배정되며, 미이행 시 공공비축미 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친환경 벼, 가루 쌀 재배 농가는 감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도에서는 벼 재배 농가가 있는 17여개 시·군이 참여해 총 8천108ha를 줄일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파주시는 지난해 전체 면적(4천988.5㏊)의 13.8%에 달하는 688.3ha를 올해부터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내 농민들은 주곡인 쌀의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은 식량 안보에 어긋나는 방침이라며 반발했다. 여주시에서 벼 농사를 짓는 전용준(54)씨는 “지난해 일본은 이상고온 등으로 인한 쌀 품귀 현상을 겪었다”며 “식량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유일한 자급 곡물 중 하나인 쌀 생산을 줄이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벼 재배면적을 줄여 타작물 자급률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쌀이 과잉 생산되고 있는 반면, 밀 등 다른 곡물의 자급률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벼 재배 면적을 줄이고 그 면적에 밀 등의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식량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농민들은 중·소농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반박했다. 대농과 달리 중·소농은 작은 논을 갈라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수지타산에 맞지 않기 때문에, 농민 대다수가 정책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결국 공공비축미 배정을 포기한 농민들이 쌀을 헐값에 판매해 쌀값이 더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민과 정부 간 갈등에 벼 재배 면적을 줄여 타 작물을 자급할 수 있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전문가들은 면적을 일방적으로 줄이는 페널티만 적용하기 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엄지범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만큼 쌀 생산량은 일정 부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감축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을 조성할 수 있는 농지 환경을 만들어주는 인센티브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