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 연휴 전 평일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확정한 후에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내수 경기 진작이라는 임시공휴일 지정 효과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임시공휴일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계층과 여건상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사회적 위화감도 심각하다.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공식 검증이 없었던 탓이다.
27일 임시공휴일을 포함하면 25~30일 6일간 쉴 수 있다. 앞뒤 주말과 31일 연차를 붙이면 최장 9일의 황금연휴가 생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31일을 휴일로 정했다. LG그룹, GS그룹, 효성그룹, SK하이닉스 등은 유급 휴무일로, 삼성전자와 CJ제일제당, 롯데쇼핑 등은 권장 휴무일로 지정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남의 일이다. 10곳 중 6곳(60.6%)은 휴무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 상여금도 기본급의 50~100%를 지급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절반은 미지급(30.4%) 또는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20.7%)고 응답했다. 전체 일자리의 8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졌다. 임시공휴일까지 빈부 격차를 절감하게 되는 현실이다. 노동자 간 차별과 기업의 서열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의 명분으로 내수 진작을 내세우지만, 도심지역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유난히 깊다. 길어진 연휴 동안 손님들이 해외여행으로 빠져나가면 대기업 주변 등 골목 상권은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 자칫 내수 살리기가 아니라 해외 살리기가 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자영업자는 “문을 열수록 손해”라며 연휴 동안 아예 셔터를 내릴 계획이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이유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기 시작한 건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 8월 14일이다. 사흘 연휴로 늘려 광복 70주년 경축과 메르스로 인한 경기 침체 회복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독한 불황 속에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더군다나 지금은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시국마저 불안하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기에 앞서 자영업자, 대기업, 중소기업 등 분야별 면밀한 효과 예측은 필수다. 한 경제연구소는 생산유발 효과가 4조원이라고 했지만, 경제단체에서는 28조원 이상의 생산감소를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설 임시공휴일의 경제·사회적 효과를 철저히 검증하고 발표해야 한다. 정확한 지정 근거와 잣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