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자고 소화 안되는게 늙은 탓일까?

마음이 울면, 건강도 지웁니다

 

65세이상 항우울제 처방 4년새 20만명 ↑

만성질환·퇴직·경제적 궁핍 복합 작용

설 명절 맞아 부모님 마음건강 살피길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우울증을 처방받는 노년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항우울제 처방 인원은 지난 2018년 54만명에서 2022년 74만3천명으로 증가했다.

노인 우울증은 신체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본인이나 가족, 지인들도 관련 증세를 잘 알아차리기 어렵거나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할 질환으로 여기지 않는다.

노인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증상이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도 노인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퇴직, 사별, 자녀들의 성장과 독립 등이 있다. 신체적 기능 쇠약과 신경학적 질환 증가, 상실 경험, 사회적 관계 감소, 경제적 궁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경세 교수는 “수면장애와 식욕부진, 정신성 운동장애, 무가치함, 죄책감, 자살 충동, 정신병적 증상, 평소의 나답지 않은 부정적 생각, 나의 정체성으로 설명하기 힘든 상태 등이 최소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적인 우울증을 판단하기 위해 전문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인 우울증은 불면, 불안, 집중력 저하 등이 노년기에 찾아오는 신체 증상과 경계가 모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교수는 “우울증이 있는 노인들은 불면증과 불안 증상이 가장 흔하고 속이 뜨겁다, 가슴이 벌렁거린다, 소화가 안 된다는 등 신체 증상 호소가 많다”며 “치매가 아닌가 해서 오는 환자들도 많다”고 했다. 이어 “치매 환자의 경우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감추려고 하고,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거짓말이라도 해서 맞추려고 하는 반면,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적극적으로 호소하는 차이가 있다”며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다. 감정, 활력, 생각 등 뇌에 각종 신호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도와준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우울증은 약을 먹지 않고 뇌를 건강하게 자극하는 것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뇌세포는 생각, 감정 등을 조절하는 해마에서 평생에 걸쳐 새로운 뇌세포가 재생되기 때문에 노인도 뇌를 자극하는 노력으로 나아질 수 있다. 유산소 운동 등도 우울증을 예방하고 신경전달물질 기능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 교수는 “약물치료만큼이나 사회적 활동, 가족관계의 회복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