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제 47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부터 갈지자 언행으로 대한민국 안보 환경을 흔들었다. 백악관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로 지칭하고 김정은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기지 장병들과의 영상통화에서는 김정은을 “매우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로 표현했다.
‘뉴클리어 파워’가 북한을 명확하게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인지를 두고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렸다. 트럼프의 한 마디에 한미동맹의 북한 비핵화 원칙이 요동친 것이다. 반면에 주한미군과의 통화에선 북한 정권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해 대북정책의 진의를 모호하게 가렸다. 미국의 국익만 생각하는 트럼프 2.0 시대에 심화될 한미동맹의 모호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들이다.
안보분야에서 발화된 한미동맹의 변화는 경제분야에서도 현실로 닥쳤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의 이행을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세계 각국과 맺은 무역협정을 미국이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고치라는 것이다.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본격적인 관세 제재를 위한 조치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대상에 포함된다. 중국·멕시코·캐나다를 겨냥한 고율관세 압박이 대미 무역흑자국인 우리에게 향할 수 있다. 미국 중심의 관세정책으로 글로벌 경제가 얼어붙는 상황에서 별도의 고율관세 압박이 병행되면 한국 경제는 치명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트럼프 쇼크가 현실이 되면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는 예측불가능한 혼란에 빠진다. 혼란의 쓰나미는 접경지역이자 대한민국 경제중심인 경기도·인천을 가장 먼저 덮친다. 반도체와 제조업 허브인 경기도와 대중교역의 허브인 인천의 항만경제가 모두 트럼프 쇼크의 직접 영향권역이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책과 대한민국 경제 전권대사 임명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배경이다.
트럼프 쇼크에 대응할 정상외교가 불가능한 상태다. 행정권력의 정상화까지 걸릴 몇 달 사이에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 대부분이 확정된다. 넋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한미동맹의 가치에 동의하는 양국 조야의 신념은 굳건하다. 대한민국 정부와 민간을 대표할 수 있는 대규모 안보·경제 사절단을 구성해 트럼프 대통령·미국의회·민간과의 집단외교에 즉각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