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일성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인 핵보유국은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다. 5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강력한 제재로 모든 나라의 핵무장을 금지했다. 하지만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이 NPT 밖에서 핵무장을 관철했다. 비공식 핵보유국이다. 뉴클리어 파워는 공식, 비공식 핵보유국을 통칭한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한반도 국제질서는 천지개벽한다. 핵보유국 지위 부정에 기반한 대북 비핵화 국제외교 전략은 물거품이 된다. 대등한 핵보유국 관계로 격상한 미국은 본토 안전을 위한 북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에 집중할 테고, 북한은 국제제재 해제로 정상국가 복귀를 도모할 것이다. 이른바 스몰 딜이다. 미국의 핵우산으로 공포의 균형을 맞춰온 한국에겐 최악의 외교·국방 참사다.

핵보유국과 비핵국가의 국제적 지위는 대등할 수 없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은 세계 5위로 36위인 북한을 압도한다. 무의미하다. 남한의 괴물 미사일 현무를 모두 합쳐도 북한의 전술 핵탄두 한 두발만 못하다. 국제질서는 핵보유국들의 균형외교의 산물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미·영·러의 안전보장 약속(부다페스트 각서)을 믿고 1천800기의 핵탄두를 폐기했다가 13년 만인 2014년 크림반도를 잃었고, 지금은 영토 안에서 러시아와 전쟁 중이다.

지난해 미 대선 정국에 김정은과 친한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국내엔 핵무장론이 증폭됐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선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70%를 넘었다. 반대 측은 핵무장을 위해 감수해야 할 경제제재를 견딜 수 있는지 물으면 결과가 달라진다며 문항 설계의 오류를 지적했다. 공식적인 북한 비핵화 외교와 극단적인 정치 풍토에서 핵무장 담론은 여론조사 수준에 머물렀다.

‘파리를 지키려 뉴욕을 포기할 거냐’며 프랑스 핵무장을 강행한 드골의 일화가 다시 회자된다. 워싱턴을 지키려 서울을 100번이라도 포기할 수 있는 트럼프의 ‘뉴클리어 파워’ 발언이 한국의 핵무장론에 불을 지폈다. 트럼프의 대북 행보에 따라 여론조사용 담론에서 한국의 생존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핵무장론이다. 나라와 국민에게 운명적인 순간이 펼쳐졌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