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국토부에 건의… 업무지침 포함

매수자 포기·매각 지연시 시장·군수 검토

차익 발생시 문화·복지시설 설치 근거 마련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청덕동의 한 미매각 공공시설용지. /경인일보DB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청덕동의 한 미매각 공공시설용지. /경인일보DB

건설 경기 침체 속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장기 미매각 공공시설용지(2023년 5월 2일자 1면 보도)가 경기도 노력으로 활로를 찾았다.

[이슈추적] 미매각 '공공시설용지' 진퇴양난

[이슈추적] 미매각 '공공시설용지' 진퇴양난

수립 당시 해당 용지를 포함해 지구 내에 2개의 초등학교 용지를 지정했지만, 학령인구가 추산한 수요에 못 미치자 학교 건립이 보류됐기 때문이다. 울타리 3m마다 하나씩 박힌 '불법경작 금지'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는 경고가 적힌 말뚝이 무색하게 토지 곳곳엔 담배꽁초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의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8년 인근 아파트 단지에 입주해 거주 중인 김모(50)씨는 "마을 생길 때부터 방치된 땅인데, 인근에 가로등도 설치되지 않아 한때 학생들이 몰래 모여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며 "바로 인근에 초등학교가 하나 더 있다. 개발 당시 학교가 많아 주변 환경이 좋다 생각해서 입주했는데, 오히려 방치된 땅으로 낙후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학령인구 줄어 '학교 땅 20% 최다'"학생들 일탈 장소로" 슬럼화 조짐이처럼 행정 수요 예측 실패와 예산 미확보 등으로 매각되지 않은 도내 공공시설용지들이 수년째 방치되며 인근 지역이 슬럼화되고 있다. 경기도가 용도 변경 등 대안을 추진(4월12일자 2면 보도=미매각 공공시설 용지 152곳중 125곳 '팔 계획없음')하는 이면에는 주민들을 위한 기반시설 부지가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미매각 공공시설용지 145곳 중 학교 용지가 25개로 가장 많은 20%를 차지했다.지구단위계획 수립 당시 예측한 학생 수와 분양 시점 수가 달라지면서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넘지 못하는 이유가 대다수다. 사회복지시설(15개)과 경찰서·소방서(8개)는 예산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었으며 동사무소·공공청사(7개)와 유치원(10개)도 행정, 인구수요 예측이 빗나가며 방치됐다. → 표 참조 그중 도의 실태 점검
https://www.kyeongin.com/article/1636603

경기도는 2022년부터 수차례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제도 개선 내용이 지난 12월 30일 개정된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에 포함됐다고 23일 밝혔다. 지침 개정으로 지정매수자가 공공시설 용지의 매입을 포기하거나 용도 변경이 지연될 경우 해당 토지를 복합 용도로 쓸 수 있게 됐다.

또 준공 1년 6개월 전, 기존 용도로 공급이 불가능하거나 지정매수자가 매입을 포기한 상태일 경우 공급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공공주택지구 조성 사업이 준공된지 2년이 지날 때까지 공공시설 용지가 매각되지 않고 팔릴 기미도 보이지 않을 경우, 시장·군수에 공공주택사업자의 토지 용도 변경을 검토하도록 했다.

용도 변경에 따른 차익이 발생하면 이를 문화·복지시설 등을 설치하는데 쓸 수 있는 근거도 신설됐다. 대부분 경기도가 건의한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도내 공공·택지개발지구에 팔리지 않은 채 방치된 공공시설용지는 112곳에 이른다. 건설 경기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해당 용지의 개발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는 실정이다. 그러는 새 길게는 십수년째 빈 땅으로 방치돼, 경관을 해치고 쓰레기 불법 투기가 늘어나는 등 지역의 슬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장기 미매각 공공시설용지가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이 겪었던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각 용지를 오랜 기간 보유할 수밖에 없던 사업시행자의 재무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제도 개정을 건의해왔는데 정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해 지침이 개선됐다. 장기 미매각 공공시설용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인 현황 점검, 제도 개선을 통해 장기 미매각 공공시설용지로 인해 발생했던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