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김희연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지난주 어느 점심시간, 주요 기관들의 새 소식 중 놓친 것은 없는지 훑어보던 중 반가운 자료를 본 적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내 주요 상조산업협회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상조 매뉴얼 마련을 권고했다는 내용이었다. 시각장애인이 상조 상품 내용을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인데, 최근 사회 변화에 따라 상조 산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 소식이 눈에 띈 이유는 지난해 말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 기획 취재를 위해 여러 시각장애인을 만난 경험이 있어서였다. 세상과 소통을 이어가고자 복지관에서 점자를 배우는 시각장애인, 교사가 되고 싶어 직접 참고서 점역을 요청해 공부한 시각장애인 등이다. 물론 점자와 음성자료는 다르지만, 적어도 시각장애인이 동등하게 각종 정보를 얻게 하는 수단임은 같기에 이 소식이 반갑게 느껴졌나 보다.

당시 기획 취재를 하면서 유독 부끄러웠던 순간을 꼽자면 처음 만나는 취재원들에게 명함을 내밀 때였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없이 밋밋한 명함을 건네는 것은 당연히 민망했다. 시각장애인이 아님에도 점자가 새겨진 해당 분야 전문가의 명함을 보면, 점자를 심층 취재하겠다면서 점자 하나 없는 내 명함이 비교돼 더 뻘쭘했다. 오죽하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점자 명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미국 보스턴 ‘내셔널 브레일 프레스’ 브라이언 A. 맥도날드 대표는 꾸준히 점자책을 만드는 이유로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말했다.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이들도 일상에서 똑같이 정보를 얻고, 공부하고, 자유롭게 취미생활을 즐겨야 한다고 했다.

우리 역시 어떤 정책이나 기반을 마련할 때 장애인을 위해 굳이 공들인다는 인식 대신, 일상을 위한 변화라고 공감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희연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