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광역자치단체장 행보와 차이

국내 상황 수습 지도자 모습 근접

인천 벗어난 ‘정치적 움직임’ 예측

유정복 인천시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해리티지 재단을 방문해 브루스 클링너 아시아연구센터 선임 연구원과 국제정세 및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5.1.21 /인천시 제공
유정복 인천시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해리티지 재단을 방문해 브루스 클링너 아시아연구센터 선임 연구원과 국제정세 및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5.1.21 /인천시 제공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 미국 내 주요 싱크탱크 방문, 현지 교민과의 만남 등 유정복 인천시장의 이번 미국 출장 일정(1월18~25일)은 평범한 광역자치단체장의 행보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국가 전체를 아우르며 어려운 국내 정치·경제적 상황을 수습하는 정치 지도자의 모습에 가까웠다. 국내 정치 상황이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유 시장의 정치적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 시장은 미국 방문 일정 절반 이상을 인천시장이 아닌 한국 1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표하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소화했다. 하지만 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 그 이상의 행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유 시장의 미국 방문 첫 일정은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 참배였다. 그가 이곳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문구에 대한 언급이었다. 국가 안보와 관련해 한미동맹의 상징적 공간에서 정치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불안한 민심을 다독이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문 중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을 찾아 참배했다. 2025.01.19 워싱턴/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문 중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을 찾아 참배했다. 2025.01.19 워싱턴/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트럼프 정부의 대(對)한국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줄 것으로 보여지는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 시간 이상 토론하며 변함없는 한미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냈다.

유 시장은 아전인수 격으로 방미 일정을 요란스럽게 홍보하는 다른 정치인과도 달랐다. 절제된 표현으로 자신의 일정을 소개하면서 내실 있게 조용한 성과를 거두는 행보를 보였다.

그동안 유 시장은 ‘오직 인천, 오직 시민, 오직 미래’라는 시정 철학을 강조하면서도 저출생 문제 등 인천을 벗어난 국가 현안에 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인천을 벗어난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일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방미 일정 동안 해외 교민과의 접촉면을 넓혔다는 점도 그동안과는 다른 행보다. 그동안 재외동포청을 인천에 유치하기 위해 교민 사회와 대화했다면 이번에는 인천이 재외동포청이 있는 도시라는 것을 구실로 삼아 700만 재외동포 사회 전체를 아우르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유 시장은 인천 인구 300만명과 재외동포 700만명을 합해 자신을 ‘1천만 도시 시장’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